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원전과 갑상선암의 운명적 대치 /박창희

원전이 암 유발 인과관계 인정 판결 후 원전마피아 조직 대응

원전 성채 무너뜨릴 시민 전문가 나서야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5-05-10 19:08:21
  •  |   본지 2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핵으로 무장한 그 성채(城砦)는 난공불락이다. 돌 정도를 던져서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성채에 작은 균열이라도 보이면 신속히 결집해 대응 전선을 형성한다. 권력과 자본, 지식으로 무장한 그들은 핵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핵 존엄성을 옹호한다. 성 밖 사람들이 불안하다, 아프다, 죽는다 아우성을 쳐도, 핵이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왼다.

국내 핵발전소가 원전 마피아들에 포위됐다는 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이후에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원전 마피아들은 끄떡없이 자신들의 성채를 지키고 있다. 철옹성이다. 월성 원전 1호기의 수명을 다시 10년 연장하고, 말썽 덩어리인 고리 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더 재재연장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주민 불안, 지역 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크랙이랄까, 그들의 거대 성채에 균열이 드러난 건 지난해 10월이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고리 원전 주변에 살면서 감상선암을 앓고 있는 주민(여· 48)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원전과 갑상선암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환경오염 피해소송의 '개연성 이론'을 적용했다. 대기·수질·방사능 오염과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가 주변의 오염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개연성만으로도 가해자는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한수원은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거꾸로 증명해야 한다.

이 판결을 끌어낸 사람은 장애인 권리회복 운동을 벌여온 '균도 아빠' 이진섭(51) 씨다. 발달장애인 균도(23) 씨와 함께 전국 3000㎞를 걸었다는 투사 아빠다. 이 씨는 자신과 아내의 암, 아들의 발달장애가 원전 방사선의 영향이 아니냐며 한수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녹색당 등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갑상선암에 대한 역사적 판결이 날 당시 법정에는 이 씨와 균도 씨 둘뿐이었다고 한다. 균도아빠의 투쟁은 그만큼 외롭고 처절했다.

판결의 파문은 매우 컸다. 환경운동연합 주도의 소송단이 꾸려지자 원전 주변 지역의 갑상선암 피해자들이 너도 나도 모여들어 한수원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피해자는 고리 원전이 202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주 월성 40명, 전남 영광 32명, 경북 울진 11명 등 모두 285명이었다. 이들은 원전 반경 10㎞ 이내에서 최소 5년 이상 살거나 일하다 갑상선암에 걸린 주민이다.

원전에서 상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인체 유해 여부도 뜨거운 관심사다. 원전 가까이 사는 주민일수록 소변에서 더 많은 양의 삼중수소가 검출된다는 건 인과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런데도 지금까지 삼중수소는 논점이 되지 않았다. 얼마 전엔 원전에서 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방사성 요오드, 세슘, 스트론튬 등 1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이 방출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났을 법한데도 모르니까 냉가슴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일격을 당한 한수원은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한 상태다. 법원의 2, 3심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판결 후 터져나온 집단소송은 원전의 성채를 뒤흔드는 지진파가 됐다. 핵심 쟁점은 원전이 갑상선암을 유발한 원인인가 하는 '인과관계' 여부다. 핵발전소에서 평상시에 액체, 기체 형태의 방사성폐기물을 배출한다는 것은 한수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해온 사항이므로 한수원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것도 그들은 잘 안다.

예상했지만, 한수원에 우호적인 원전 마피아들은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신문 기고 등을 통해 법원 판결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한국원자력학회와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주최로 지난 6일 제주에서 열린 '원전 주변 주민과 갑상선암에 관한 과학적 분석'을 주제로 한 워크숍은 제기된 쟁점들을 사실상 정리하는 자리였다. 워크숍에 참가한 의학자들은 "원전 주변 지역의 갑상선암 발견 건수가 통계적으로 높지만, 원전의 방사선 피폭 때문이라고 볼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식의 주장을 앞다퉈 늘어놨다. 누가 봐도 한수원 측의 입장을 옹호·지원하는 워크숍이었다. 이는 2심 판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전선은 선명해졌다. 원전 마피아들은 그들의 성채에 균열이 나려하자 조직적으로 방어선을 치고 있다. 반면 시민세력은 이렇다할 연대없이 각개전투 양상이다. 이대로 가면 싸움 결과는 보나 마나다. 시민세력은 원전 비리와 도덕적 해이, 관리 부실, 전망 부재 등 갖가지 '원전 잔혹사'를 손에 쥐고도 번번이 성채 앞에서 좌절했다. 법원이 내린 전향적 판결을 지키려면, 생태적 양심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시민 의병이 나타나야 한다. 이 운명적 대치를 넘어서야 저들의 성채에 갇힌 원전을 끌어내 불안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6. 6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7. 7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8. 8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9. 9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10. 10“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1. 1경찰개혁·김지용 중수청장 청문도 공방 예고…부산 해수부 첫 국감
  2. 2與·한동훈 점입가경 공방 인신공격까지(종합)
  3. 3정부, 김지용 저격 임은정 감찰 지시(종합)
  4. 4국힘 “한미 균열…정동영 통일부 장관·이종석 국가정보원장 경질을”(종합)
  5. 5[속보]외교부, 사우디 전역에 ‘출국 권고’…중동 재외국민 안전대책 점검
  6. 6주진우 "대구 천장 붕괴사고 때 이 대통령 골프, 참사때마다 벌써 세 번째"
  7. 7울산 북구, 내년 구의원 월정수당 15% 인상안 주민 의견 듣는다
  8. 8이 대통령 "팬스타아크로호 귀항 축하, 이번 성과 바탕으로 북극항로 시대 준비"
  9. 9우크라 갈등에 한미 정보협력 난기류까지…靑 고심
  10. 10노무현·박원순 소환한 이 대통령 "품격없다 비난해도 SNS 소통 계속할 것"
  1. 1매출 목표 30% 그친 홈플러스, 분리매각 기로
  2. 2시속 110㎞ 스릴, 6m 아기상어 캐릭터, 달맞이 음악실…부산 새 핫플
  3. 3북극항로 연 아크로호 귀항…이젠 상업화 길 연다
  4. 4[한 손 뉴스] 국산 비만치료 신약 ‘에페’, 위고비·마운자로에 도전장
  5. 5최전방 GOP용 ‘AI 경계병’ 개발한다
  6. 6“부산 중심으로 체계적 해양AI 개발…협의체 꾸리자”
  7. 7발전설비 점검하고, 길 위 장애물 치우고…부산 기관 로봇들 맹활약
  8. 8고금리 벼랑 부산 취약층에 ‘재기 사다리’…910건 금융지원
  9. 92030세대 겨냥 ‘저도수 토마토 막걸리’ 뜬다
  10. 10신세계센텀서 ‘미세키서울’ 26FW 선봬
  1. 1전원 국힘서 민주당 다수로…낙동강協 단체장 회동 촉각
  2. 2지방소멸기금 강원·충남 66억씩 최다…부산·경남 34억씩
  3. 3인구감소지역 신규지정 금정구, 정주여건 개선 올인
  4. 4市 개발 ‘부산 단디체’ 무료 배포…130개국서 활용 가능
  5. 5부산북구 자체 감사 가시밭길…의회 “감사를 감사할 것” 벼러
  6. 6“부산 라이프스타일 만족도 최상…아이 키우기에도 매력적”
  7. 7“우주항공복합도시 특별법 제정, 기업 유치 등 사천 경제 활성화”
  8. 8합천·하동·산청·거창, 인구소멸 해법으로 양수발전소 유치전
  9. 9거제 양대 조선소, 지역 인재 더 뽑는다
  10. 10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1. 1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2. 2과감한 샷 2R 버디 11개 폭발…유현조 ‘부산의 퀸’(종합)
  3. 31부 승격 향한 마지막 질주…부산아이파크, 막판 승점 쌓기 총력전
  4. 4유도 차세대 간판 이현지, 세계선수권 정상 메치다
  5. 5유현조, 여자골프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 정상…시즌 2승
  6. 6허훈·킹 47점 합작에도…KCC, KT에 접전 끝 패배
  7. 7한화 김경문 감독·손혁 단장 동반 퇴진…후임 인선 착수
  8. 8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9. 9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10. 10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SNS
배우 한선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아크로호 귀항, 북극항로 상업화 본격 추진할 때다
국감 법사위 희화화, 국민은 실소 넘어 자괴감 든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개척자 정신
빚을 물려받는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