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초록심장을 가진 작은 거인 /박창희

정년 맞은 김승환 교수, 100만 평 문화 공원 등 시민운동 적극 앞장

후배들 헌정 다큐 제작, 지역 원로 서로 챙길때 공동체 실현 당겨질 것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5-06-11 19:06:18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람이 사람을 챙긴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제자가 스승을, 후배가 선배를, 지역사회가 지역어른을 경우에 맞게 알뜰살뜰 챙긴다고 생각해 보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이 피고, 도시공동체의 텃밭이 환해지지 않겠는가.

지난 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문화센터에서 열린 '김승환 교수 정년퇴임 축하 모임'이 그런 자리였다. 2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지역을 보는 눈, 지식인의 책무, 어른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틔운 자리라고 할까. 그건 곧 지역의 희망 풀씨, 풀꽃 희망이었다.

'김승환이 누구지?'하고 묻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 인물검색을 넣으면 수십 명의 동명이인이 뜨고, 주목도가 높지 않은 자리에 그의 이름이 간신히 걸려 있다. 경력란에는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 전 온천천네트워크 회장, 100만평문화공원조성협의회 사무처장 정도로 소개돼 있다. 그는 서울 태생으로 6·25전쟁 피란기에 잠시 부산을 머물렀고 일본 유학을 거쳐 1987년부터 부산사람이 됐다.

100만 평! 구호처럼 와닿는 100만 평은 김승환의 꿈이면서 브랜드였고 현재진행형의 시민운동 테마다. 낙동강 하구 외딴 둔치도에 '100만평 문화공원'을 만들자고 주장한 지 어언 15년, 지역사회는 이제야 그의 '말귀'를 알아듣는 분위기다. 2000년 초 그가 '100만평 문화공원'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은 허황된 꿈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초록심장은 박동을 시작했고 구체적 행동으로 표면화 됐다. 100만평문화공원조성협의회가 태동하고 '공원 1평 갖기운동'이 이어졌다. 2007년 회원들이 8억 원이란 거금을 모아 둔치도의 땅 1만3300여 평을 사들여 일부는 시에 기증하고 일부는 자연환경국민신탁에 맡겨 영구보존 조치한 일은 시민운동사에 남을 사건이다. 이때 김승환은 집을 담보로 2억 원을 뺐다고 한다. 당시 언론들은 '아름다운 알박기'라고 대서특필했다.

100만평 문화공원 조성 운동은 2011년부터 국가도시공원 추진 운동으로 진화했다. 올해는 어떻게든 국회에 올라가 있는 도시공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서울 용산기지가 특별법에 의해 국가공원이 된 만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부산을 비롯한 전국 15개 광역시·도에 국가도시공원을 하나씩 만들어달라는 게 요지다.

해운대 센텀시티의 '영화의전당' 앞 나루공원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과정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5년 개장되기 전 이곳은 대부분 도로용지였다. 김승환이 대안을 들고 나섰다. "이건 최악의 그림이다. 도로를 지하로 넣고 그 위에 강변공원을 만들자." 건설비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던 부산시가 그의 합리적 대안을 수용해 설계를 바꿨다. 대안의 승리였다.

낙동강 하구의 보전과 비전을 찾는 작업에도 김승환의 세밀한 손길이 닿아 있다. 환경단체들과 함께 낙동강 하구 중장기 마스트플랜을 만들고, 낙동강 100경 선정 작업을 통해 당국의 개발중심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 일을 해오면서도 그는 좀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김승환 교수 정년퇴임 축하 모임'은 한 지식인을 위해 지역의 시민환경단체들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꾸민 기획 행사였다. 행사를 앞두고 날아든 웹초대장의 모시는 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진 것이 적어서 모여서 나누면서 살 수밖에 없었던 마을 공동체가 현대 도시라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을 때 인간다운 도시, 지속가능한 녹색도시 부산을 만들고자 삶의 바친 당신을 기록하는 것은 '기억의 의무'다…'.

생명그물과 생태사회부산포럼 등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김승환의 발자취를 좇는 영상물을 제작했다. 독립영상패 평상필름이 제작한 40분짜리 영상물은 TV 인물다큐를 방불케 했고, 전체 흐름은 1990년 이후 부산의 시민환경운동사였다. 행사 말미에 그가 나와 인사말을 했다. "시민운동을 처음부터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필요에 의해 하다보니 시민운동이 되었다.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꿈을 갖고 작은 실천을 해온 것이 내가 해온 소박한 시민운동이었다. 그걸 기억해 준 후배들이 참으로 고맙다."

지역사회가 지역어른(스승)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챙긴 것은 부산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정파나 진영논리를 떠나 흔쾌히 박수를 쳐줄 부분이다. 지역에 원로가 없고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따져보면 원로나 어른이 없는 게 아니라, 챙기지 않았던 거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거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서로 챙기고 밀어주고 당길 때 지역공동체라는 마차는 원활하게 굴러가게 된다. 이런 게 지역의 희망일 것이다.

체구가 작고 갈 데가 많아 경차를 타고 다닌다는 김승환. '초록심장을 가진 작은 거인'의 정년 이후 새로운 행보가 주목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8. 8“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