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아이들아, 갈맷길로 나가 걸어라! /박창희

걷지 않는 요즘 아이들, 불평·비만 등 문제 야기

걷기 좋은 갈맷길, 교육 자원 적극 활용…아이들 걷는 해방구로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5-07-09 19:09:44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업지 말고 걸려라!" 어릴 적 어머님이 하시던 말씀이 귓전에 쟁쟁하다. 엄살을 피우며 업히려는 아이를 땅에 내려놓으면 아이는 투덜대면서도 걸었다. 어머님은 또 "두 발이 땅에 닿아야 지각능력이 생긴다"는 말씀도 하셨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시기와 걷는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고 하는데, 어머님은 그 이치를 행동으로 가르친 셈이다.

요즘 아이들은 걷는 것을 귀찮아한다. 조금만 멀어도 타고 간다. 부모들이 그렇게 시킨다. 걷지 않는 아이들-. 문제인 줄 뻔히 알면서도 문제로 보지 않는다. 걷기 않는 아이들은 잘 놀지도 못한다. 자기 중심적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비만이 생기고, 불평 불만이 많다. 걷지 않아 생기는 성인병 못지 않게, 아이들의 걷기 불감증도 예삿일이 아니다.

걷고 뛰노는 것은 아이들의 본성인데, 문명의 이기가 아이들을 길에서 쫓아버린 꼴이다. 아이들이 걷기를 귀찮아하는 것은 어쩌면 걷기조차 시키지 않은 부모들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시골 출신인 나도 그랬다.

부산의 '갈맷길'을 수시로 걷고 있다. 제주 올레길이 좋다고 하지만, 시간이며 경비며 잠자리며 찾아가는 수고 등을 생각하면 부산사람들에겐 갈맷길만한 걷기 좋은 길이 없다. 갈맷길은 '갈매기+길' 또는 '갈매(짙은 초록빛)+길'의 합성어로 부산 전역에 걸쳐 9개 코스 20개 구간(총연장 264㎞)이 열려 있다.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로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볼거리, 먹을 거리, 이야깃거리까지 즐비하니 무엇을 더 바라랴. 웰빙(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 방식) 혹은 로하스(건강과 환경이 결합된 소비자들의 생활패턴)를 추구하는 시대에 딱 어울리는 생태자원이다.

갈맷길을 걸을 때마다 아이들을 불러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한가하게 해 보는 소리가 아니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고질적 교육 문제의 해결책이 여기 있다면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업지 말고 걸려라!" 하시던 어머님 말씀이 하나의 지침이 될 수도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집이나 학교 주변에 초등생부터 중 고교생들이 걷기 좋은 코스는 즐비하다. 해안길, 강길, 산길, 도심길이 아기자기하게 연결돼 있어 어느 곳을 선택해도 된다. 걷다 보면 심신이 단련되고 정서가 순화된다. 서먹했던 친구들을 서로 이해하게 되고 자기 바깥, 교실 바깥의 것들을 보게 된다. 웬만한 코스에는 재미있는 전설이나 이야기가 있어 자연스럽게 지역사 공부까지 가능하다. 남구 이기대길에는 공룡의 자취와 임진왜란 때 왜장을 안고 바다에 몸을 던진 두 기생(二妓)의 전설이 스려 있고, 영도 절영해안산책로에는 후백제 견훤과 고려 왕건이 절영마를 놓고 벌인 무용담이 전해진다. 기장 죽성리에는 유배 당한 고산 윤선도와 그의 아우가 주고받은 애절한 시문이 시공을 초월해 감동을 안겨준다.

거창하게 시작하기 보다 먼저 학교 차원에서 교실 단위로 모둠을 형성해 걷도록 해 보자. 지도교사가 안내하기 어렵다면 외부의 스토리텔러를 초대해도 된다. 퇴직교사나 전문직 은퇴자 등을 활용하면 이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부산시교육청에서 길 걷기 학교나 도보여행교실 같은 체계적인 걷기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걷기 교재나 프로그램은 걷기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지역의 걷기전문 법인이나 단체들과 연계하면 길이 나온다.

걷기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주고 조인다. 걷다 보면 풀리고 조여진 몸과 마음이 어느덧 하나가 돼 있다. 길 위에서는 누구나 영원한 소년이고 소녀다. 그곳에는 소풍길을 뛰어다니던 소년, 소녀가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에밀'에서 "우리의 첫 철학 스승은 발이다"고 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듯, 걸으면 생각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진다.

부산 기장에 사는 발달장애인 균도는 아빠의 도움을 받아 전국을 도보여행했다. 총 도보 거리가 3000㎞였다니 초인적 여정이다. 장애인들이 겪는 아픔을 호소하고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걸으면서 균도는 더 강해졌다. 사회적 이목이 쏠리자 균도 아빠 이진섭 씨는 '우리 균도'(후마니타스)라는 책까지 펴냈다. 처음에는 철없는 균도가 아빠가 내민 손을 잡는 것으로 만족했으나, 이젠 균도가 아빠를 이끄는 힘이 생겼다. 균도 아빠는 그런 아들 덕분에 힘든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길 걷기가 가져다준 인간 승리다.

이런 극적인 드라마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길에서 걷고 뛰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갈맷길은 집에서, 교실에서, 학원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공부에 찌들린 아이들을 위한 해방구가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갈맷길의 바닷바람과 흙내, 갯내, 풀내를 맡고 이야기를 벗삼아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아, 갈맷길로 뛰어 나가 걸어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반여 홈플도 매각…대형매장들 ‘아파트 개발’ 러시
  2. 2쿠팡·테무 공세 맥못추는 오프라인…부산 5년간 대형 유통점 8곳 폐점
  3. 3“브레이크 없이 탈래요” 10대 아찔한 자전거 질주에 ‘철렁’
  4. 4용호부두 재개발 재개…해양관광시설 꾸민다
  5. 5[근교산&그너머] <1389> 성주 가야산 ‘칠불 능선’
  6. 6“187㎝ 몸 구겨넣은 車 트렁크신, 쉽지 않았죠”
  7. 7투타서 훨훨 나는 승리 수호신…롯데 용병처럼
  8. 8직접 작사·작곡도 거뜬…‘실력파’ 가수들 돌아왔다
  9. 9부산지역 대학병원도 전공의 사직처리 임박
  10. 10부산 남구 보육거점센터 공사, 기준치초과 중금속 나와 중단
  1. 1“에어부산 분리매각, 합병에 악영향 없다” 법률 자문 나와
  2. 2이재성 '유튜브 소통' 변성완 '盧정신 계승' 최택용 '친명 띄우기' 박성현 '민생 우선'
  3. 3與 ‘방송4법’ 등 필리버스터 준비 돌입
  4. 4우원식 “2026년 개헌 국민투표하자” 尹에 대화 제안
  5. 5與 “입법 횡포” 野 “거부권 남발”…제헌절 ‘헌법파괴’ 공방
  6. 6성창용 부산시의회 기재위원장, 자치발전대상 광역부문 수상
  7. 7與 나·원, 전대 막바지 ‘한동훈 리스크’ 집중공세
  8. 8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9. 9복지부, 부산 숙원 ‘침례병원 공공화’ 재활의료 확대 검토
  10. 10조승환·박성훈, 중앙부처 경험 살린 의정 활동 눈길
  1. 1반여 홈플도 매각…대형매장들 ‘아파트 개발’ 러시
  2. 2쿠팡·테무 공세 맥못추는 오프라인…부산 5년간 대형 유통점 8곳 폐점
  3. 3용호부두 재개발 재개…해양관광시설 꾸민다
  4. 4에어부산, 팬데믹 이후 첫 대규모 채용
  5. 5부산 요트 타고 영화 속 음식 즐겨요
  6. 6부산은행 3000억 특별대출…조선해양기자재 기업 돕는다
  7. 7부산항 퀸즈W 오션프런트 임차인 모집
  8. 8직원 자녀출산 팔걷어붙인 회장님…성우하이텍 1명당 1000만원 쏜다
  9. 9가상자산 시세조종 땐 감옥 간다…이용자보호법 19일부터 시행
  10. 10DB금융투자 “VVIP고객에 차별화된 맞춤 자산관리”
  1. 1“브레이크 없이 탈래요” 10대 아찔한 자전거 질주에 ‘철렁’
  2. 2부산지역 대학병원도 전공의 사직처리 임박
  3. 3부산 남구 보육거점센터 공사, 기준치초과 중금속 나와 중단
  4. 4부산시교육청 학교행정지원본부 정식 개소 불발
  5. 5밀양 한 아파트서 ‘펑’…1명 숨져(종합)
  6. 6“해상풍력특별법 마련해 통영 수산업계 보호해야”
  7. 7오늘의 날씨- 2024년 7월 18일
  8. 8강서구 ‘3대째 토박이’ 계신교? 아낌없는 예우·지원 챙겨가이소
  9. 9비움으로 쾌적한 거리…지역색으로 채운 간판
  10. 10해운대구 좌동 그린시티 지역난방료 인상 2년 만에 또 최대 15% 오른다
  1. 1투타서 훨훨 나는 승리 수호신…롯데 용병처럼
  2. 2문체부 ‘홍 감독 선임’ 조사 예고…축구협회 반발
  3. 3음바페 8만 명 환호 받으며 레알 입단
  4. 4결승 투런포 두란, MLB ‘별중의 별’
  5. 5한국 여자양궁 단체전 10연속 금 도전
  6. 6부산의 아들 수영 김우민 “파리서 가장 높은 곳 서겠다”
  7. 7“황희찬, 마르세유에 이적 의사 전달”
  8. 82관왕 노린 동명대 축구 아쉬운 준우승
  9. 9“매 경기 결승이라 생각, 동아대에 우승 안길 것”
  10. 10MLB 평균타율 56년 만에 최저수준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예산권 보장 지방의회법 제정 본격화, 행정통합·맑은 물 사업 등 지원 총력
부산시의회 후반기 출범
상임위 7곳 중 6곳이 초선 위원장, 구의회 경험 바탕 ‘전문성’ 기대감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산재보험 60년, 이순(耳順)이기를 바란다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에어컨의 대명사에 남긴 이름
정부 R&D에서 지역이 소멸되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윤리가 없는 AI가 만들 ‘위험천만한 세상’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기고 [전체보기]
AI의 일상화와 창작
아빠 육아 참여, 선택이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위선’ 일망정 ‘공감’과 ‘배려’를 보고 싶다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사람 되기
실력·인성 갖춘 축구 ‘레전드’ 정용환이 그립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김경문 양상문 롯데
대통령실 행정관
메디칼럼 [전체보기]
진료실에서 만나는 이주노동자들
미래 한국 의료는 어디로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가마보코에 매료된 조선인
대만과 밀크피시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서이초 1년’ 학부모도 학교도 교육 본령 자성 계기로
전공의 빈자리 메울 방안 찾아 환자에게 피해 없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산복도로 조망권, 적극적인 미래전략 필요
미세·나노 플라스틱의 끝없는 ‘스텔스 공격’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심해 유전 140억 배럴, 영일만과 산유국의 꿈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수영에서 ‘역사도시’ 부산을 보다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호주 와인과 보랏빛 수영장
오페라 와인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변화하는 모터쇼와 부산모빌리티쇼의 도전
위기가 기회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