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식으로 휴일을 누리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까마득한 조상들은 살아남기 위해 먹을거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게 된 건 유대인들로부터 비롯됐다. 성경 창세기에 적혀 있듯이 제7일인 토요일을 안식일로 기억하고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율법이 그것이다. 심지어 외출도 금지했으니 휴일이라기보다 생고생을 감수하는 날이라 하겠다. 이게 주6일제 근무의 시작이었던 셈. 같은 종교적 이유로 이슬람교는 금요일, 기독교는 일요일을 안식일로 지킨다.

주5일 근무제도 유대인들의 요구로 생겨났다. 1908년 미국 뉴잉글랜드 목화공장의 대다수 근로자였던 유대인이 안식일을 지켜야겠다는 바람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내리 쉬었다. 본격 도입한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당시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나자 고용을 창출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1938년 이후 점차적으로 실시했다.

휴일은 활력을 불어넣고, 재충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도 큰 힘이 된다. 노동 강도가 올라가고 직업스트레스가 심한 요즘은 더할 나위가 없는 선물이다. 특히 어쩌다 주어지는 임시공휴일은 가뭄에 단비격으로 단연 꿀맛일 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임시공휴일은 모두 56차례 있었다. 선거투표를 위한 게 37일로 가장 많았고, 첫 스타트는 1962년 4·19혁명 기념일이 끊었다.

가장 이색적인 휴일이 1969년 7월 21일. 당시 온 나라가 숨죽인 채 동네 부잣집에 옹기종기 모여 흑백TV를 지켜보며 역사적인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에 환호했다. 우주의 새 역사가 창조된 이날을 기념해 우리 정부도 이례적인 임시공휴일로 정했다. 인기가 얼마나 하늘을 찔렀던지 그해 발생한 안질환을 '아폴로 눈병'이라고 불렀을 정도. 이 밖에 축구대표팀이 4강을 차지한 한일월드컵의 폐막 다음 날, 응원에 지친 심신을 달래라고 인심을 쓰기도 했다.

정부가 오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날이 하필 토요일인 탓에 휴일을 날려버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배려한 듯. 하지만 주 목적은 깜짝연휴 동안 관광이나 쇼핑을 하면서 국민들이 지갑을 열게 해 메르스 여파로 메마른 내수경기에 시원찮은 물줄기라도 부어주겠다는 거다. 100주년도 아닌데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그리 했을까 생각하니 휴일을 기대하는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