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일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동물과 확연히 구분된다. 특히 손이라는 정밀하고도 특수한 기관을 가졌기에 지능과 도구를 이용해 생산능력을 고도로 높일 수 있다. 초기 인류는 정착과 경작, 그리고 목축이라는 중요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사회로 진화해 나갔다. 그건 일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물론 동물이라고 일하지 않는 건 아니다. 꿀벌은 설계도 하나 없이 육각형 칸을 만들고 붙여서 실용적이고도 정교한 집을 척척 짓는다. 하지만 꿀벌의 건축술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인간은 다르다. 먼 옛날 동굴에서 불피워놓고 살던 시절에서 지금은 초고층 첨단 아파트단지로 주거 형태가 바뀌었다. 본능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킨 창의성 넘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집트 피라미드 역시 정밀 기술이 적용된 노동으로 지어졌다. 당시 동원된 인력을 우리는 노예라 생각했지만 틀렸다. 그들은 어엿한 건설노동자였다. 출퇴근 시간이 있었고 직군별 숙련도별, 그리고 노동시간에 따라 주로 곡물이었지만 월급을 받았다.

피라미드 건설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농사를 짓기 힘든 나일강 범람기에 실업자들을 초대형 프로젝트에 투입한 고대 이집트판 뉴딜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집단파업도 일어났다. 6000여 년 전 람세스 3세 때 사흘간 일을 거부하면서 체불임금 지급과 노동시간 단축, 그리고 간식 제공을 요구해 쟁취했다는 기록이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노동은 비인간적 요소로 인해 근로자가 소외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요즘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화에 따른 일자리 부족이 화두가 된 게 이 때문. 19세기 산업혁명 때도 그랬다.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인해 사라졌고, 하루 임금이 빵 한 개 값으로 내려가자 '러다이트 운동', 즉 기계파괴 바람이 몰아쳤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우리나라는 휴일 근무를 연장 근로에 포함해 일자리를 나누는 노동개혁에 들어갔다. 저성장 기로에 선 중국도 애타기는 마찬가지. 금요일 오후부터 휴무가 시작되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결정했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한편, 쪼그라든 내수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인 셈. 2.5일에 이르는 단기 휴가제로 관광소비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까운 우리도 낙수효과를 볼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