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부모가 최고 스펙인 나라 /송문석

아버지 직업 묻는 기업, 본인 실력은 뒷전이고 부모 능력이 취업 당락

현대판 음서제나 같아…젊은이에게 희망 줘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수 박진영이 지난 봄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노래했을 때 우리는 그 이유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운동나온 여성을 처음엔 흘깃 쳐다보다가 전방위적으로 앞뒤 좌우 위아래로 훑어보며 박진영은 이렇게 묻는다.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누구는 노래 가사처럼 뮤직비디오 속 여성의 몸매에 탄성을 지르고, 어떤 이는 얼굴이나 마음이 예쁜 것보다 '엉덩이에 살이 모자라면 눈이 안 간다'는 등의 외설적인 가사에 분개했을 수도 있겠다.

박진영이 노래 가사를 통해 욕망과 외모 지상주의를 찬양하건 말건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적 취향-박진영이 그렇다는건 절대 아니다. 그는 추문이 없는 바른생활 남자라고 한다-이고, 눈앞에 멋진 여성이 있다면 누구네 딸인지 궁금한 것은 장삼이사라고 다를 리 없다. 그렇다고 박진영처럼 "어머님이 누구니"라고 들이대놓고 본인에게 묻지 않는 게 예의이고, 모두들 그렇게 처신한다.

그런데 요즘 취업현장에서는 '아버님이 누구니'라고 대놓고 묻는다. 어떤 기업은 부모의 최종 졸업학교와 직장 내 직위까지 묻고, 살고 있는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도 궁금해한다. 도대체 이런 건 왜 묻느냐는 반문이 취업준비생의 입안에서 맴돌고 이력서에 쓰고 싶지도, 면접에서 대답하기도 싫지만 그렇게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어깨를 늘어뜨리며 대답하고 만다. 부모의 학력과 직업이 나의 학력이나 실력, 능력과 어떤 인과관계,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항변은 거대한 취업절벽 앞에서 한없이 오그라들수밖에 없다.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물음이 호기심 차원의 질문이라면 '아버님이 누구니'라는 질문은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 것과는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 쯤은 취업원서 몇 장 넣어본 이땅의 청춘들은 내남없이 안다. 지원자의 부모가 어느 정도 힘센 위치에 있고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지 알고 싶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별볼일 없는 집안 출신이라면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걸러내겠다는 겁나는 사인 아니겠는가. 든든한 동아줄을 가진 특권층 자제라면 이런 질문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겠지만 속된 말로 빽도 돈도 없는 서민의 아들 딸들에게는 출신성분을 낱낱이 따져 이마빡에 합격, 불합격 딱지를 붙여나가겠다는 최후통첩처럼 가슴을 후벼파는 질문으로 들리는 건 당연하다.

이 같은 출신성분 따지기는 선진국에서라면 고소감이다. 미국에서는 인종이나 외모 차별이라며 이력서에 부모 직업 명시는 물론 본인 사진도 부착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국가인권위가 2003년 발표한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에서 지원자 신체사항, 가족의 성명 연령 학력 직위 월수입 등 총 36개 항목을 제외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다 보니 기업들은 여전히 '아버님이 누구니'라고 저승사자처럼 묻고 또 묻는다.

"왜?" 왜 기업들은 이토록 입사지원자 부모의 학력과 직업, 출신지역, 심지어 돈이 얼마나 많고 적은지를 캐고 따지고 알고 싶어할까. 여기에는 '기왕이면 다홍치마'이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계산이 작용한다. 기업으로서는 미래에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자는 속셈이고, 한편으로는 고관대작의 자제를 볼모로 잡아놓고 유사시 이용해먹자는 얄팍한 노림수도 깔려있다. 거꾸로 고관대작이나 국회의원이 취업청탁을 해 오면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다. 죽어나는 건 조조군사라 했던가. 돈으로, 권력으로, 연줄로 들이대는 취업전선에서 이도 저도 없는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땐 힘 없는 부모 탓을 해야 하나.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에서 취업준비생 900명을 대상으로 '부모님의 지위, 재산 등 여건이 본인 실력보다 취업성공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물었더니 10명 중 6명 이상(64.6%)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취업에 영향을 주는 부모님 능력으로는 직업 등 사회적 지위(42.1%), 인맥(25.4%), 경제능력(23.5%), 가정환경(5.2%), 정보력(2.2%)을 꼽았다.

현역 국회의원의 자녀 취업청탁과 로스쿨을 둘러싼 법조계 고위인사 자제의 특혜성 취업 등 각 분야 특권층의 대물림 소문은 오늘도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젊은이들은 스스로를 동수저 흙수저 똥수저로 비하하고,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처럼 '헬조선(지옥같은 대한민국이라는 뜻의 사이버상의 자조적 표현)'을 저주하고 탈출을 꿈꾼다.

자식이 부모를 선택한 적도,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자식의 입장에서 본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부모 때문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것은 억울하고 황당하다. 이게 국가의 묵인 속에 우리 사회와 기업이 벌이는 것이라면 연좌제이고 현대판 음서제이고 골품제다. 이래놓고 청춘은 원래 아픈 거라고 말하는 건 기만이다. 노력하면 이룰수 있다는 소박한 희망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장인화 수성이냐, 세대교체냐…부산시체육회장 선거 4파전
  2. 2산업은행 이전 로드맵 짠다…올해 초안 잡고 내년 완료
  3. 3신생아 낙상사고 낸 산후조리원, 하루 지나 부모에 알려
  4. 4시의회 ‘매운맛 의정’에 朴시장은 뒤에서 웃고 있다?
  5. 5스포원 이사장 사퇴…공기관 수장교체 신호탄
  6. 6[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경계 1호는 호날두 아닌 페르난데스…중원 잡아야 승산 ”
  7. 72일 열차도 서나…동투 전방위 확산
  8. 8영남 간호사 1만명 부산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외치다
  9. 9스페인 꺾은 일본, 16강 신바람...후폭풍에 독일 올해도 탈락
  10. 10열차 운항 중단 대란은 막았다...철도 노사 밤샘 협상 타결
  1. 1시의회 ‘매운맛 의정’에 朴시장은 뒤에서 웃고 있다?
  2. 2서해피격 입 연 文 “정권 바뀌자 판단 번복…안보 정쟁화말라”
  3. 3안철수 존재감 알리기 ‘영남투어’
  4. 4김건희 여사 만난 캄보디아 아동 한국 입국해 수술 받는다
  5. 5“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尹, 압박수위 더 높였다
  6. 6이상민 해임건의안 본회의 보고 사실상 무산
  7. 7"정치파업 악순환 차단" 벼르는 정부…노정관계 시계제로
  8. 8尹대통령 지지율 3%p 오른 32%…"도어스테핑 중단 책임" 57%
  9. 9[뭐라노] 산은 부산 이전 로드맵 짠다
  10. 10대통령 집무실·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1. 1산업은행 이전 로드맵 짠다…올해 초안 잡고 내년 완료
  2. 2부산항 진해신항 개발 닻 올린다…컨 부두 1-1 단계 금주 용역
  3. 3팬스타호 공연 매료된 일본 관광객 “부산 해산물 즐기겠다”
  4. 4남천자이 내달 입주… 부산 중층 재건축 신호탄
  5. 5수출액 1년새 14% 급감…가라앉는 한국경제
  6. 6트렉스타, 독일서 친환경 아웃도어 알렸다
  7. 7"화물연대 파업에 철강에서만 1조1000억 출하 차질"
  8. 8반도체 한파에 수출전선 ‘꽁꽁’…유동성 위기에 中企 부도공포 ‘덜덜’
  9. 9부산 소비자 상담 급증세…여행·숙박·회원권 순 많아
  10. 10전국 품절주유소 60곳으로 확대…원·부자재 반입도 차질
  1. 1신생아 낙상사고 낸 산후조리원, 하루 지나 부모에 알려
  2. 2스포원 이사장 사퇴…공기관 수장교체 신호탄
  3. 32일 열차도 서나…동투 전방위 확산
  4. 4영남 간호사 1만명 부산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외치다
  5. 5열차 운항 중단 대란은 막았다...철도 노사 밤샘 협상 타결
  6. 6여수~남해~통영~거제~부산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추진
  7. 770대 대리운전 기사 옆차 추돌해 전복
  8. 8어린이대공원서 크리스마스 기분 만끽하세요
  9. 9최석원 전 부산시장 별세…향년 91세
  10. 10[단독]기장 일광읍 상가 건축현장서 인부 2명 추락…1명 중태
  1. 1장인화 수성이냐, 세대교체냐…부산시체육회장 선거 4파전
  2. 2[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경계 1호는 호날두 아닌 페르난데스…중원 잡아야 승산 ”
  3. 3스페인 꺾은 일본, 16강 신바람...후폭풍에 독일 올해도 탈락
  4. 41경기 ‘10명 퇴장’…운명걸린 3차전도 주심이 심상찮다
  5. 5메시 막았다…폴란드 구했다
  6. 62골로 2승…호주 ‘실리축구’로 아시아권 첫 16강
  7. 7브라질, 대회 첫 조별리그 ‘3승’ 도전
  8. 8카타르 월드컵 주요 경기- 12월 3일
  9. 9[반우용의 월드컵 원정기]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10. 10단 한번도 없던 조합으로, 또 한번의 기적에 도전
우리은행
한국마사회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극협력주간, 새 북극정책 20년 준비할 때
재난적 의료비 지원 범위 확대를 바란다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킬리만자로의 눈
얼짱 축구선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자기 주장만 있는 예산 심의 국민이 용납 못한다
고리2호기 연장, 반쪽 공청회로 밀어붙일 일 아니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빨라야 위태롭지 않다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