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인간이라면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영원한 화두이기도 하다. 안락사와 인체냉동이 그 대척점에 있다. '죽음학'을 개척한 스위스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다브다(DABDA)'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부인에서 시작해 분노와 거래(치료), 우울, 그리고 수용의 5단계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안락사는 삶의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강력한 수단. 수천 명이 스위스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 대기하고 있다. 현재의 의술로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상태에서 극통에 몸부림치는 말기 환자가 주류를 이루지만, 의외의 경우도 있다. 간호사였던 영국의 70대 여성은 "늙는 게 암울하고 슬프다"는 이유로 주저없이 안락사를 택했다. '죽을 권리'를 강조한 말이었지만 생명권, 즉 '살 권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반대로 인체냉동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과학적으로는 '불멸의 실험'이라할 만하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트랜센던스(초월)' 처럼 뇌를 냉동 처리한 뒤 과학기술이 발전한 후일 뇌 신경망을 컴퓨터에 옮기는 식으로 부활시키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반세기 내에 가능할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니 귀가 솔깃해질 밖에.

냉동인간은 50여 년 전 물리학자 로버트 에팅거가 제기한 용어. 몇 세기가 흐를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는 깨어난 후 처치를 통해 보디빌더가 되거나 미스유니버스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며 과학적 낙관론을 펼쳤다. 지금 극저온에서 급속냉동하는 기술이 개발돼 냉동인간을 되살리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상태.

중국의 한 유명작가가 50년 후 부활을 꿈꾸며 인체냉동수술을 받아 화제다. 75만 위안, 한화로 1억3600만 원을 주고 머리만 냉동시켰다. 숨을 거두자 신속히 혈액대용 관류액을 넣고, 빙점을 영하 40도로 맞춘 후 미국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으로 이송했다고.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은 까마득하다. 뇌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인간 마음의 복사 가능성 역시 믿기지 않는다. 뇌 하나를 전자화하는데만 전 세계 하드드라이브 저장량의 절반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윤리성. 설령 마음을 복사하더라도 과연 예전 자기 인식과 같을지 어찌 알 수 있을까. 훗날 냉동기술이 인류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릴 악마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