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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가족의 의미 /김찬석

마약사위 김무성 대표, 동정론으로 난국 타개

장인 좌익 전력 노무현, 아내 감싸며 정면돌파

같은 듯 다른 대응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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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면 대권주자 흔들기는 당연하다. 흔들기는 특히 선두주자에게 집중된다. 흔들기라고 하니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흔들기만큼 유권자들로 하여금 대선과 대선주자에 관심을 갖게 하는 수단은 달리 찾기 어렵다.

대권주자 흔들기가 때 이르게 시작됐다. 대상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사위가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고, 부친의 친일 경력이 다시 불거진다. 가족사뿐만이 아니다. 윤상현 대통령 정무특보가 내년 총선에서 4선 의원이 되는 영남과 충청권 친박 인사 중에 차기 대권주자가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김 대표가 도입을 주장하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흔들기의 진원이라고 이야기된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자는 취지의 이 제도가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의 공천권 제한으로 연결되더니 청와대가 아군인 새누리당 대표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형국으로 귀착된다.

오픈프라이머리라는 꼬리를 흔드니 차기대선 구도라는 머리가 흔들리는 이른바 왝더독(wag the dog)이 연상된다. 그렇다고 오픈프라이머리가 꼬리처럼 지엽적인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여권 상황이 어쩐지 왝더독으로 비친다는 이야기다.

이런 흔들기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김 대표에 대한 통과의례라고 해두자. 박근혜 대통령 임기의 절반 시점에서 나온 흔들기가 빠른 감이 없진 않지만 어차피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집권여당에서는 시기의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 낯선 풍경도 아니다. 그런데 통과의례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마약 사위'에 관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예비사위가 마약 상습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실을 알고는 딸에게 결혼은 절대 안 된다고 했으나 딸이 울면서 호소해 방법이 없었다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의문이다. 아무리 딸이 울면서 결혼을 호소하기로 검찰 기소장에 나온 혐의 사실만 해도 마약을 15차례나 투약해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인에게 딸을 줄 수 있을까. 더구나 김 대표는 차기 대권 선두주자다. 딸은 물론 자신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는 결혼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동정론으로 얼버무릴 수는 없다.

이 장면에서 문득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4월 대구 경선에서 경쟁 상대였던 이인제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해 또다시 장인의 좌익 경력을 거론했다. 이에 노 후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라는 말이냐. 그런 아내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한다면 후보를 그만두겠다"고 되받았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빨갱이'가 '종북주의자'로 외관만 점잖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주홍글씨로 작용한다. 하물며 노 전 대통령이 결혼한 1972년의 시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본인은 물론 일가까지 '연좌제'라는 굴레에 옥죄여 신음하던 시절이다. 그런데도 장인의 전력 시비에 대해 자신과 상관없는 처가의 옛날 일이었다거나, 그런 사실 때문에 결혼을 망설였다는 등의 상투적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면돌파했다. 이런 류의 대응은 지금까지도 그 어느 대통령 후보나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에게서 접한 적이 없다.

노 전 대통령과 김 대표의 대처는 얼핏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조금 따져보면 사상범과 마약사범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간극이 있다.

김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유학을 다녀와 대학 교수로 있는 딸은 마약상습 투약자와의 결혼을 강행한 전혀 지성인답지 않은 인물이다. 예비사위에 대해서도 결혼을 극구 반대하고 딸에게 파혼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공개했으니 사실상 사위로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사범에 대한 시선이 어떤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마약사범 연예인들에 대한 처벌이 어떠했는가는 차치하고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수영스타 박태환을 보자. 그는 도핑테스트에 걸려 18개월 선수자격 정지와 함께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박탈당했다. 금지약물 복용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선수생명이 사실상 끝났고 국민오빠라는 명예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아내와 얼굴도 보지 못한 장인을 위해 대선후보 지위를 내던지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어떤가. 기자간담회가 딸과 사위가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 직후 실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종전보다 지지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원순 서울시장에 앞서 1위를 지켰다. 동정론이 먹혀들어간 모양이지만 그 한편에서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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