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참일까, 거짓일까. 참이 아니다. 수십억 년 후 태양이 부풀어오르면서 지구를 집어삼킬테니. 그러면 달은 계속 지구 주위를 돌까. 역시 거짓이다. 15억 년 후 위성이 완전히 우리 시야에서 벗어나기에.

달은 매년 3.8㎝씩 멀어진다. 반사망원경으로 정확히 측정한 결과다. 왜 그럴까. 달이 지구의 자전 에너지를 빼앗아 달아나는 거다. 그래서 이 땅의 하루도 늘고 있다. 달은 결국 강력한 목성 중력장에 튕겨져 우주미아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구 생태계의 운명도 끝. 달은 초창기 지구가 다른 천체와 충돌하면서 떨어져 나온 존재라 숙명적 관계를 맺고 있다. 달의 인력은 지구의 자전축을 유지해준다. 그 완만한 기울기로 인해 햇빛이 지구에 넓게 골고루 퍼졌고, 계절 변화가 생겨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었다. 형제와 같은 달이 없다면 식물이 서서히 사라지고, 동물도 대멸종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달은 지구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한다. 거리가 멀게는 40만5400㎞, 근접할 때는 35만6800㎞ 가량으로 확 줄어든다. 전자를 '미니문', 후자는 '슈퍼문'이라 부른다. 우리는 슈퍼문을 '쟁반 같이 둥근 달'이라며 풍요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서양에선 정반대로 불길한 징조가 된다. 영화 '나자리노'에서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것처럼. 요즘 유행하는 타로점에서도 달은 불안정과 다가오는 위험을 뜻한다.

더구나 같은 달에 두 번째 뜨는 만월 '블루문'은 더욱 기괴하다. 달 공전 주기와 양력에서의 한 달 주기가 달라 2.7년마다 한 번 생기는데, 이런 과학적 원리를 몰랐던 옛 서양인들은 멸망이 다가온다며 전전긍긍했다. 어쨌든 마음을 달에 투영시킨 건 마찬가지.

이번 추석 슈퍼문은 연중 가장 큰 달이다. 여느 슈퍼문보다 5000㎞나 지구에 더 가깝게 다가오기 때문. 미국과 유럽에선 낮에 개기월식, 일명 레드문까지 펼쳐질 예정이어서 신기한 '보름달쇼'가 될 듯하다. 슈퍼문과 레드문이 함께 나타나는 건 33년 만이다. 한국에서는 달이 지평선 아래에 있어 볼 수 없으니 아쉽다.

부산의 슈퍼문 출현시각은 오후 5시41분.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황홀한 보름달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터. 돈 벌기에서부터 가족 건강, 취업, 그리고 결혼까지 소원을 빌 일도 많을 듯하다. 당신이 바라는 성취, 그 간절한 염원이 달에 새겨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