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장영실은 어디에 있는가 /박창희

동래 출신 장영실, KBS 드라마로 부활…'핫 콘텐츠' 요리할 지역 아이디어 필요

  • 대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6-01-10 19:06:49
  •  |   본지 3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실아 어디 있느냐. 말을 좀 해 보거라."

세종의 물음은 산산이 흩어지고 밤하늘엔 별만 반짝거린다. 영실은 별이 되었다. 저 별이 이제 영실의 주군이다.

이윤택은 자신이 쓰고 연출한 창작 뮤지컬 '궁리-세종과 장영실'에서 장영실의 최후 실종을 이렇게 처리한다. 한갓 미천한 노비에서 조선 최고의 과학자로 떠올랐다가 역사에서 실종해버린 장영실의 드라마틱한 삶을 별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윤택다운 산뜻한 상상력이다.

그 장영실이 별로 뜨고 있다. 많은 국민이 별의 향방을 쫓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병신년 벽두 KBS는 야심차게 준비해온 대하드라마 '장영실'을 띄웠다. 사극 킹으로 통하는 송일국이 주연을 맡았는데, 예상대로 초반 시청률이 11%를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가 대단하다.

'장영실'은 대하드라마 최초의 과학 사극으로, 총 24부작으로 제작된다. 앞으로 약 3개월간 안방 나들이를 하며 화제를 만들 것이다. '장영실' 제작진은 "궁중의 사건, 과학기구, 과학적 발견 등을 쉽게 풀어 아이들을 포함한 폭넓은 연령대가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왜 장영실인가'란 질문은 이윤택이 '궁리'에서 이미 답해줬다. 이윤택은 특유의 문학적 연금술로 변방인의 설움, 홀대받는 민중, 아웃사이더의 비애 같은 가려진 가치들을 끌어내 '인간 장영실'을 감동적으로 되살려냈다.

KBS의 장영실 선택은 이러한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앞서 KBS는 '궁금한 일요일-장영실 쇼'라는 과학정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장영실을 타이틀롤로 잡아 짭짤한 재미를 본 터다.

주목할 것은 장영실의 화려한 귀환이다. 이윤택이 역사 속에 잠자는 장영실을 깨웠다면, KBS는 대하드라마라는 옷을 입혀 장영실에게 말을 시키고 있다. 장영실 자체가 '핫(hot) 콘텐츠'이자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부상했다는 뜻이다.

장영실이 부산 동래 출신의 관노(官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동래읍성 북문 앞에 조성된 장영실 과학동산은 고향사람들의 헌사다. 동래읍성 인근에 관노들이 모여 살던 관노산(官奴山)이 있었다고 하니, 장영실의 집도 그 어드메쯤으로 볼 수 있겠다.

장영실이 뜬 마당이니 시쳇말로 장영실을 들이대면 안될 게 없을 분위기다. 그런데도 부산(동래)은 무덤덤하다. 이런 속수무책이라니! 몰라서 그렇다면 세상 흐름에 무지한 거고, 알고도 가만 있다면 무심한 것이다. 그동안 부산시와 동래구가 벌여온 '장영실 사업'들이 차라리 머쓱하다. 일성정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현주일구, 앙부일구, 선기옥형, 자격루 같은 장영실이 만든 과학 발명품들을 잔뜩 전시해놓고 호흡을 불어넣는 일엔 관심이 없다는 것 아닌가.

이게 인물을 읽고 문화를 요리하는 부산의 현주소라면 정말 걱정스럽다. 하긴 2009년 '장영실과학고'가 '부산과학고'로 개명될 때 장영실은 부산 시민들로부터 1차 버림받은 처지였다. 이윤택의 창작 뮤지컬 '궁리'가 지난해 연말 개관한 기장 안데르센극장에서 몇 차례 공연하다 기장군과 의회의 마찰로 제동이 걸린 것도 아쉬움이다. 장영실은 이렇듯 지역에서 알게 모르게 찬밥 신세다.

없는 스토리도 만들어내고 꼬투리만 잡혀도 스토리를 키워 보석으로 빚어내는 시대다. 그런데 부산은 굴러들어온 보석을 끌어안지도, 키우지도 못하고 있다. 원님 덕에 나팔 불자는 말이 아니다. KBS덕에 장영실을 팔아먹을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지역의 '상징 브랜드'를 만들어내자는 얘기다.

거창하거나 요란할 필요도 없다. 큰돈 들어갈 일도 아니다. 손쉽게 '장영실을 찾아서'란 주제로 과학 투어 프로그램을 돌려보자. 동래읍성의 장영실 동산과 복천박물관, 국립부산과학관을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이 이어지면 아이들이 좋아할 것이다. TV드라마 방영에 맞춰 장영실의 획기적인 발명품을 재조명하는 과학 체험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장영실의 집(관노산)을 찾는 학술연구를 시작하고, 문화예술계에서 제2, 제3의 '궁리'를 만들어낸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양맹준 전 부산박물관 관장은 장영실을 '호모 파베르(Homo Faber·공작하는 인간)'라 부르면서, 장영실 콘텐츠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신분의 벽을 넘어 과학입국의 틀을 닦은 풍운아, 지방민의 입지전적 성공, 대한민국이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 이런 사실만으로도 장영실은 충분히 '스타'라는 것이다.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소행성 68719호에는 '장영실(Jangyeongsil)'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장영실이 명실공히 별이 되었음이다. 그 별이 귀향하고 있는데도 고향에선 눈만 껌뻑이고 있으니… .

장영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부산은 '아프게' 대답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5. 5[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6. 6[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7. 7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8. 8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9. 9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6. 6내년 주목할 세계 여행지 톱10에 부산… 국내 유일
  7. 7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8. 8"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9. 9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10. 10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7. 7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8. 8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9. 9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0. 10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