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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중구의 해체 /김찬석

정치 1번지 원도심, 선거구 획정 희생양…영도 편입설 당연시

여도 야도 주민도 포기…'부산의 심장'은 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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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울 울산 등 대도시에는 중구가 있다. 중구라는 이름은 오늘의 시각에서 본다면 어쩐지 촌스러운 작명이다. 아이파크, 래미안, 푸르지오, 자이 등등 국적불명의 외래어가 판치는 아파트 숲에서 대우아파트, 삼성아파트, 현대아파트를 발견하는 기분이다.

중구가 있으면 동구 서구 남구 북구도 있다. 동서남북중은 유교의 오상(五常)에서 연유한다.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그래서 서울의 동서남북 4대문은 흥인문(興仁門) 돈의문(敦義門) 숭례문(崇禮門) 숙정문(肅靖門)으로, 도성 가운데 종각은 보신각(普信閣)으로 이름했다.

도시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중구는 도심 속의 섬이 됐다. 지리적으로는 도심이되 기능적으로는 변방으로 밀려난 것이다. 개발지향시대 그렇게 몸집을 키울 대로 키웠던 도시들이 옛도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원심력에만 의존하다간 도시가 모래알이 되어버린다. 구심력으로 버텨줘야 도시가 중심을 잡는다. 그래서 저마다 원도심 살리기나 신·구도심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중구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중구는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에다 맥아더동상이 있는 자유공원, 월미도 문화의 거리 등으로 활기를 더하면서 인천의 심장으로 불린다. 부산 중구도 대형 백화점의 입지와 영도 도개교 재가동, 거가대교 개통 등의 호재가 맞물려 남포동 광복동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

그런 의미를 지닌 부산 중구가 오는 4·13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는 해체될 모양이다. 여야 합의로 선거구가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확정됨에 따라 부산의 선거구 지형이 바뀌는 와중에 중구가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부산은 지역구 18석이 유지되지만 해운대·기장이 2개 선거구에서 3개 선거구로 늘어나는 대신 지난해 10월 기준 인구가 하한선(14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중·동구가 사라진다. 이에 따라 중구는 영도구선거구에, 동구는 서구선거구에 편입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상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중구에 영도구나 서구가 편입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반대로 된 것은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이다. 영도구는 김무성 의원, 서구는 유기준 의원이 있다. 중·동구는 없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무주공산이다. 성주가 없는 빈 성을 전리품 나눠갖듯 주무른다.

물론 부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울의 중구와 성동구도 마찬가지다. 중구와 성동을은 현역의원이 있다. 반면 성동갑은 더민주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구 인구가 하한선에 미달하자 성동갑의 금호동 옥수동을 떼어 생활권이 확연히 다른 중구에 붙이는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 칼자루를 현역의원들이 쥐고 있으니 결과는 뻔하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것처럼 선거구 획정의 최우선 기준이 주민편의, 생활편의라고 한다면 부산 동구를 서구에 갖다붙이는 것은 무리다. 동구는 서구와는 구봉산(404.5m)과 중앙공원으로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그런 선거구 조정은 주민 입장에서 본다면 현장답사에서부터 시작해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해답을 찾기 어렵지만 정치권에서는 쉽다.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을 나눠가지면 된다. 소속 정당을 떠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이다. 유권자나, 지역주민의 의견 따위는 뒷전이다.

부산 원도심의 상징인 중구가 이처럼 맥없이 흔들리고 있는데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너무도 조용하다. 중·동구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1차공천을 신청한 7명의 후보가 한결같이 서·동구로 가거나 아예 출마 포기다. 김무성 의원을 피해간다. 야당 후보마저 다를 게 없다. 더민주당 이해성 지역구위원장은 다른 지역 출마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중구를 지키겠다는 이가 없다. 중구는 정치적으로 버림받은 것이다. 아무리 시기적으로 촉박하더라도 이런 식의 선거구 조정 논의가 부당하다는 반발의 목소리는 어떤 형태로든 나와야 한다. 유권자와 주민에게 한표를 호소했던 후보라면 최소한 그런 염치라도 보여야 도리다.

서울 성동구 금호·옥수동 주민들은 선거구 부당획정 저지위를 구성한 뒤 서명운동에 나섰다. 과천청사 중앙선관위 앞에서 '금호·옥수 유권자가 중구 국회의원 선거의 대리모인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까지 벌였다. 성동을 주민들은 그런 강단, 자존심이라도 있다. 새누리당 20년에 순치된 부산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 여도, 야도, 주민도 모르쇠다.

한양은 동서남북 4대문에 인의예지를 배치하고 가운데에 신(信)으로 말뚝을 박았다. 그 믿음의 말뚝이 부산에서는 흔들린다. 누군가는 그 말뚝을 고쳐 박아야 한다. 그 누군가가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라면 더욱 좋다. 부산 중구와 부산의 위상이 달라지고, 전국의 관심이 집중된다.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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