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교육헌장을 줄줄 외워야 했던 때가 있었다. 국민교육헌장은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으로 시작해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로 끝난다. 하지만 모두들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까지 외웠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국민교육헌장은 입으로 보여주는 대한민국 국민 신분증이었다.
IS(이슬람국가)의 테러범들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식당에서 손님들을 인질로 잡았다. 그리고는 한 사람씩 무슬림이냐고 물었다. 무슬림이라고 대답하면 코란의 구절을 말해보라고 했다. 외운 이는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이는 죽임을 당했다. 20명의 외국인이 단지 무슬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는 다신의 시대, 무신의 시대, 종교 자유의 시대다. 대표적인 다신교 국가가 인도다.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4개 종교의 발상지다. 거기에 이슬람교,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등 다양한 외래 종교가 공존한다.
간디는 이를 "나는 힌두교도며, 기독교도며, 유대교도며, 이슬람교도며, 불교도"라는 말로 비유했다. 그러나 간디의 꿈은 급진 힌두교도들에게는 종교적 관용이 아니라 배교였다. 그들은 신정일치가 이상적 사회이며, 그를 위한 순교는 모기에게 물린 것만큼도 아프지 않다고 믿는다.
고대 로마 또한 인도처럼 다신교국가였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헤라에 해당하는 주피테르와 유노를 시작으로 무수한 신이 존재했다. 그런 로마가 기독교도를 핍박한 것은 기독교가 유일신이라는 이유가 컸다. 그런데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인 로마는 이후 기독교를 국교화하며 타 종교를 억압했다.
로마가 종교적 관용의 사회를 유지했다면 서로마와 동로마 모두 훨씬 오래 지탱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칭기즈칸의 소국 몽골이 아시아에서 유럽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종교적 문화적 관용이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에게 2 더하기 2는 당연히 4였다. 하지만 빅 브라더가 원하는 것은 이성적 판단자가 아닌 맹목적 복종자로서의 윈스턴이다. 2 더하기 2를 5라고 하면 5라고 믿어야 했다. IS가 지금 그렇다. 알라에의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한다. 왜 알라여야 하는지를 물어서는 안 된다. IS 스스로 고립과 단명을 재촉한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