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꼴찌로 추락했다. 프로야구 이야기다. 그렇긴 해도 낯설다. 1등주의 삼성이 최하위라니.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33승 1무 46패로 10개 구단 중 10위다. 공은 둥글다고 하지만 삼성이 누군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달성했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팀이다.
삼성이 비즈니스에서 1등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조미료 시장이다. 제일제당의 미풍으로 미원의 아성에 도전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은 대신 이재용과 대상그룹 임세령의 결혼을 통해 조미료 시장의 아쉬움을 반쯤 풀었다. 물론 나중에 두 사람의 이혼으로 그마저도 없던 일이 됐지만.
삼성의 추락을 놓고 온갖 분석이 나온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장기 독주에 따른 자만이나 방심을 빼놓을 수 없다. 에이스급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이 그 증거다. 태평성대가 이어지면 어딘가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1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스포츠 브랜드 1위 나이키는 1994~1998년 5년 연속 세 배 이상의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자 의외의 경쟁상대를 발굴함으로써 다시 추동력을 얻었다. 경쟁상대란 다름아닌 소니 닌텐도 애플이었다. 아디다스 리복 퓨마와 같은 동종업체가 아니라 게임업체들이다.
나이키의 주 고객은 청소년층이다. 청소년들이 게임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운동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이종업체를 경쟁상대로 설정한 것은 시장점유율(market share) 경쟁에서 시간점유율(time share) 경쟁으로 나아갔다는 의미다. 나이키가 1위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끊임없는 자기혁신에 있다.
사실 삼성 정도의 선수 구성이라면 누가 감독을 맡더라도 우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삼성 감독으로 취임해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다. 선동렬은 2012년 친정 기아의 감독으로 금의환향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2014시즌 종료 후 물러나고 말았다.
삼성으로서는 꼴찌가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나쁜 경험도 아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삼성이 최하위의 처지에서 1위 도약의 플랜을 마련해보겠는가. 또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해 삼성이 꼴찌로 시즌을 마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