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바둑계의 '괴물' 후지사와 슈코가 이런 말을 남겼다. "바둑의 신이 알고 있는 것이 100이라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5, 6이다."
'영원한 기성' 우칭위안(吳淸源) 또한 "바둑의 신과 대국하면 불과 10수 만에 패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덤이 4집반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신은 한 수를 둘 때마다 인간인 자신보다 반집씩 더 좋은 수를 둔다. 9수째에 4집반의 덤이 사라지고 10수째는 백을 든 신이 반집을 앞서가게 된다. 이후는 두나 마나다. 격차만 더 벌어진다. 그래서 우칭위안은 바둑의 신과 두게될 경우 목숨을 건 시합이라면 5점을 놓고도 두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알파고가 4개월 여 만에 또다시 기력이 급성장한 모양이다. 당시 알파고를 대신해 이 9단과 대국했던 구글 딥마인드의 아자 황 연구원이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60회 유럽 바둑 콩그레스'에서 이를 확인했다. 최신 버전 알파고가 3월 버전과의 대결에서 90% 이상의 승률을 올렸다는 것이다. 아자 황은 "최신 버전 알파고는 프로기사를 두 점 접을 실력"이라고 말했다.
이 9단은 3월의 알파고를 상대로 1승 4패를 기록했다. 그런 3월의 알파고를 상대로 7월의 알파고가 90% 이상의 승률을 거두었다니 말문이 막힌다. 이 9단과 알파고가 만약 재대국을 하게 된다면 이제 치수 정하기부터 고민이다. 아자 황의 말대로 프로기사를 두 점 접을 실력이라면 호선은 힘들다. 게다가 지금 리턴매치가 성사되더라도 실제 대국까지 알파고는 또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선이나 접바둑은 대국의 의미가 없다.
알파고는 나이를 먹어 기력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알파고에게는 남은 시간도 무궁무진하다. 거기에 미스터리한 일은 알파고가 이제는 독자적으로 기력 향상을 이끌어내는 단계로 발전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알파고는 인간 기사들의 기보를 축적해 기력 향상의 자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론적으로는 인간 기사들보다 실력이 월등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알파고의 진화는 이런 상식을 무너뜨린다.
바둑에서 프로 9단은 입신(入神)으로 불린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입신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기가 어쩐지 쑥스럽다. 후지사와나 우칭위안이 말한 바둑의 신이 점점 알파고를 닮아가는 느낌이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