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식님, 일식씨, 두식이, 삼식×…. 퇴직 남편에 대한 아내의 호칭이다. 집에서 하루에 한 끼도 안 먹는 남편은 님으로 대접받는다. 끼니를 챙길수록 호칭이 점차 내려앉는다. 남편의 퇴직이 아내에겐 고행의 시작이다.
진상 남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때로는 아이들도 엄마에겐 피곤한 존재다. 특히 방학 때는 온종일 치다꺼리를 해야 한다. 그러다 개학하면 섭섭하면서도 홀가분하다. 짐을 던 기분이다.
지금 페이스북에는 아이들의 개학에 환호하는 엄마 사진이 화제다. 미국 앨라배마 주 스코츠버러에 사는 케시아 가드너(Keshia Leeann Gardner)가 주인공이다.
지난 13일 자 그녀의 페이스북에는 가드너가 4남1녀를 배경으로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환호하는 사진 2장이 실려 있다. 개학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찍은 듯하다. 가드너 본인이 팔다리를 활짝 펴고 입을 헤 벌린 채 정신 나간 듯 하늘을 바라보며 공중부양하는 모습도 볼 만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의 표정도 압권이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아들 한 명은 엄마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민망한지 아예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래도 웃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중학생인 듯한 딸은 허리를 숙인 채 배꼽을 잡는다. 초등생 두 아들 역시 팔짱을 낀 채 엄마를 쳐다보며 기가 차다는 듯 빙그레 웃고 있다.
가드너는 전직 간호사로 지금도 직장에 다니는 싱글맘이다. 오늘이 개학날이니 해방의 기쁨을 대놓고 표시할만도 하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 그녀의 기분이 솔직하게 나타난다. "개학이다. 너희들이 보고 싶을까?? 지금 이 즐거운 기분을 나와 함께 나눌 분 없나요." 아이들의 개학이 엄마에겐 방학이다.
수많은 댓글이 공감을 표시한다. 그 중 하나다. "나도 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요. 개학날 너희들을 가득 태운 스쿨버스가 떠나자마자 너희를 배웅하러 나왔던 우리 엄마들은 즉석에서 거리파티를 한다고. 이 사진 강추."
개학이 즐거운 엄마, 그런 기분을 아이들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표현하는 엄마. 엄마도, 아이도 즐겁다. 그래서 학교도 즐거울 듯하다. 우리는 아니다. 학교 후엔 학원이 기다린다. 아이들도, 엄마도 피곤하다. 우리도 저런 엄마, 저런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