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불꽃놀이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불꽃을 피우며 모두들 환호하는 놀이다. 인류의 제전이라는 올림픽 말이다. 유난히 더운 여름, 밤잠을 설치게 했던 우리 모두의 놀이 말이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환호하고, 좌절하며 감정의 파도를 탔을까. 그 재미야 쏠쏠하지만 마냥 활짝 핀 즐거움은 아니었다. 타고 남은 재처럼 허전함을 느끼는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 화려한 불꽃놀이 뒤에 늘 눈물과 회한의 그림자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24개 종목에 204명. 이 중 메달을 딴 사람은 26명이다. 규모에 비해 많은 숫자이긴 한데 180명가량은 그냥 들러리가 됐다. 이들을 보면 촛불을 연상시킨다. 메달리스트가 불꽃이라면 나머지는 심지와 양초 역할에 그친다. 파랗고, 빨갛고, 노란 불꽃을 피우는 사이 못다 피운 촛불은 눈물만 뚝뚝 흘린다. 화려한 불빛에 가려진 이면이다.
하기야 그들은 그래도 행복하다. 꿈의 제전에 초대받은 손님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선수는 14만 명. 올림픽 출전은 0.145% 정도로 700명당 한 명꼴이다. 메달리스트가 되는 확률은 0.0186%로 1만 명당 2명이 채 안 된다. 이쯤 되면 성공한 스포츠 선수를 기르는 건 가히 도박에 가깝다. 사실은 이것도 확률을 높이 잡은 것이다. 매년 선수 생활을 접는 사람까지 따지면 지극히 미미하다.
한국의 축구 선수 중 남자는 2만5600명쯤 된다. 1부 리그 프로구단 선수는 400여 명, 실업 등 직업선수를 모두 포함하면 4000명 정도란다. 축구선수 중 한 해 고교, 대학 졸업생은 2600명. 이 중 1000명 정도만 대학 등으로 진로가 정해지고 나머지는 곧바로 실업자다. 축구가 좀 나은 편인데도 이렇다. 나머지 종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리 보면 스포츠는 전쟁이다. 아주 행복한 극소수와 많이 불행한 대다수. 그런 갈림길 위에서 젊은이들은 방황한다. 이것이 스포츠의 방정식이다. 중도 포기자나 직업선수가 됐다가 실업자에 합류하는 선수가 거의 전부다. 예비 실업자가 이리 많다면 사회적 문제고, 국가적 문제다.
이번 올림픽에선 영국과 일본이 유독 선전했다. 10위권에 든 국가만 보면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다. 여기에 한국이 끼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10-10이란 목표는 채우지 못했지만 톱10이란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영 찜찜하다. 거기에 도달하는 방식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과학과 산업의 총 결집체다. 톱10의 명단만 척 봐도 알 수 있다. 한데, 한국은 좀 다르다. 스포츠는 과학이라는데 그런 게 없다. 선수 선발과 육성에 과학적 지표가 없고 국가의 정책에도 과학적 사고가 없다. 초중고교에는 분명 체육이란 과목이 있다. 과목은 있되 왜 있는지 모른다. 지덕체 가운데 지만 남아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일본은 다르다. 서양 국가들처럼 스포츠는 엘리트가 아니라 생활체육 중심이다. 오늘날의 일본은 독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19세기 프로이센을 모방한 게 시작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군사, 교육 등 모든 면에서 프로이센을 본떴다. 프로축구가 출범할 때도 마찬가지. 일본은 세계 최고인 독일의 시스템에 역시 세계 최고인 브라질의 기술을 접목했다. 이런 뼈대 위에 100년 계획을 수립하고 프로축구를 출범시켰다.
한국은 일본보다 프로축구가 앞섰지만 프로와 실업팀을 합쳐 얼렁뚱땅 출발했다. 오늘날 한일 간의 격차는 이런 계획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2001년 일본 올림픽위원회가 '골드 플랜'을 세웠고 일본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국립스포츠과학센터,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가 속속 문을 열었다. 엘리트 선수와 지도자를 과학적으로 육성한 결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41개의 메달을 따는 성과를 냈다.
우리에게 이런 과학적인 체계가 있는가? 축구선수의 훈련 방법만 비교해도 금세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은 어릴 때부터 운동할 때 바이오리듬을 체크한다. 심박수, 호흡 등 데이터를 축적하면 선수의 운동능력이 한눈에 보인다. 개인별 데이터에 맞춰 운동하고 때론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강도를 더한다. 달군 쇠를 두드리듯이 능력의 한계를 조금씩 높이는 방법이다. 우린 이런 게 없다. 그저 경험과 감에만 의존해 선수를 관리하다 보니 중도 포기자들이 속출한다. 또 거친 운동 방식은 잦은 부상의 원인이 된다.
무슨 무슨 꿈나무란 말은 허망하다. 성공한 극소수를 보고 모두들 불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성공의 그 화려한 불빛이 눈에 부셔 눈빛을 가린 결과다. 언제까지 이런 허망한 일을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어릴 때 아이의 능력과 적성을 가리는 것이다. 국가가, 정부가 앞장서 그걸 해야 한다. 그래야 대량 실업과 사회 부적응을 막을 수 있다. 불꽃 하나를 피우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낳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