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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봉 칼럼] '나는 이슬이다'

문고리 게이트 이어 이번엔 '최순실 의혹'…침묵은 답이 아니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빠르게 마무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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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반문이 있으니 문(文)이다. 이슬을 마시고 사니 청(淸)이며,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廉)이다. 집을 짓지 않으니 검(儉)이고, 계절을 지키니 신(信)이다.' 육운이란 시인이 말한 '매미의 오덕'이다. 우리 선조들은 선비의 덕을 갖춘 매미를 숭상했다고 한다. 임금의 익선관, 신하의 오사모는 모두 매미의 날개를 본뜬 모양이다.

파브르곤충기에 의하면 매미는 귀머거리여서 천둥 소리도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소리는 어떻게 낼까. 일단 암컷은 벙어리고 수컷만 운다. 수컷은 배 밑에 있는 V자 주름을 떨어 소리를 낸다. 매미의 오덕 중 이슬을 먹고 산다는 부분은 오해의 산물이다. 매미의 먹이는 나무 진액. 그렇긴 한데, 일단 멋도 있고 하니 이슬이라고 해 두자.

여름이 저물어갈 무렵, 여치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나귀가 그 목소리에 취해 물었다. 무얼 먹으면 노래를 잘할 수 있느냐고. 여치는 이슬이라고 했다. 나귀는 이슬이 내리기를 기다리다 굶어 죽고 말았다. 이솝우화의 한 토막이다.

어쨌든 이슬은 티 없이 맑고 고고하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물. 그래서 나는 이슬이다. 아니, 이슬이고자 한다.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한데 지금은 아프다. 아물지 않는 마음의 상처, 그걸 건드리는 건 너무나 아프다. 의지가지 없던 시절, 그래도 마음을 기댈 조그만 언덕이었다. 그 마지막 안식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더욱 가슴 아프다.

'만만회'니, '문고리 권력'이니 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 그러다가 끝나려니 했다. 한데 웬걸, 마지막 보루인 최순실까지 도마에 올리고 난장질이다.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이 뭐 어땠다고? 민간에서 한 일을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미르와 K재단이 5공 때 일해재단을 연상시킨다고? 임기 후반기, 모금 과정, 기업 자율성 등등이 그렇다나 어떻다나. 나는 이슬이지 여치를 흉내 낸 나귀가 아니다. 만인지상의 복잡한 심사를 상상해 본 내용이다.

정윤회 씨는 또 그럴 수도 있겠지 했다. 하나, 최순실 씨의 등장은 의외의 충격이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러 정황을 모자이크하면 그림은 대충 이렇다. 고 최태민 목사의 딸이 최순실 씨이고 정윤회는 사위가 된다. 문고리 게이트에서 나온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김종 차관의 알력엔 정윤회, 최순실 씨의 승마선수 딸이 중심에 서 있다. 한 가족이 모두 권력 다툼의 입살에 오르내리는 특이한 경우다.

문서를 작성한 박관천 경정, 그의 상관인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유진룡 문체부 장관. 사실이야 어쨌든 그들은 자리를 떠났다.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 했던 문체부 국장, 과장도 마찬가지.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 조사를 마친 뒤 조용히 사라졌다.

최태민 목사와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첫 만남은 어머니 시해 1년 뒤인 1975년.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로 추대되면서부터. 9년 전 공개된 중앙정보부의 수사 자료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이후 구국여성봉사단, 한마음갖기운동 등으로 인연이 쭉 이어진다. 최 목사는 육영재단에도 관여해 1980년 분규 때 함께 물러나기도 했다. 이때의 일로 가족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게 된다.

어찌 보면 가족사와 개인사가 뒤엉킨 극적인 드라마다. 그 전반을 최태민이 장식했다면 후반은 정윤회가 2막1장, 마지막 2막2장은 최순실이다. 2막1장은 비선 실세끼리의 세 다툼이었다. 파장은 그만큼 제한적이었다. 이번엔 대기업과 돈이 개입됐다. 전경련의 자발 모금이라지만 형식이 그렇다는 이야기. 이미 자리를 떠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뒷조사를 했을까.

문고리 게이트는 온 들판을 다 태워 먹었다. 이제 불이 막 산 기슭으로 옮겨 붙고 있는 중이다. 자, 이제 어찌할 것인가. 중요한 건 사람들의 궁금증이다. 우선 사안이 미묘하다. 왜 전경련이, 왜 대기업이, 왜 청와대 수석이? 정부는 또 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시비가 벌 떼 일 듯하고 득실이 고슴도치 바늘 서듯 하면 대책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다. 가벼운 깃털은 새를 날게 한다. 깃털은 바람처럼 가볍지만 쌓이고 쌓이면 배도 가라앉힌다. 의혹의 깃털이란 그런 것이다. 입이 천이고, 만이면 쇠도 녹인다. 침묵은 그래서 해결책이 아니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하여 있던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아프지만 급한 건 빠른 뒷수습이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독화살을 맞으면 의사가 먼저다. 누가 쏘았고 무슨 독인지 따지다가는 사람이 죽고 만다.' 시비를 끊는 방법은 가장 아까운 걸 버리는 데 있다. '적은 보살필 수 있으나 친구는 가장 큰 고통이다.' 워런 하딩의 말이다. 누군가 책임지고,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슬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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