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야생 곰을 만나면 죽은 척 하라고 한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지난 1일 미국 몬태나 주의 50세 남성이 사냥을 갔다가 회색곰의 공격을 받았다. 머리와 목을 감싸며 죽은 시늉을 하자 곰이 물러갔다. 피를 흘리며 차로 돌아가던 중 다시 같은 곰의 습격을 받았다. 또 죽은 시늉을 했다. 그는 병원에서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고, 페이스북 동영상에 자신의 모습을 올렸다.
곰은 확실히 인간적이다. 상대가 죽은듯 하자 흥미를 잃었다. 인간 사회에서는 좀처럼 그런 법이 없다. 확인사살을 한다. 죽은 척 해도 소용없다.
확인사살의 극한이 부관참시다. 조선 연산군 당시 조의제문 파동의 김종직이나 구한말 김옥균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부관참시가 동양사회의 전유물은 아니다. 청교도 혁명을 일으킨 올리버 크롬웰도 사후 찰스 2세에 의해 도끼로 부관참시를 당했다.
확인사살은 총칼만으로 행해지지 않는다. 정치적 사회적 확인사살도 빈번하다. 북한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한 뒤 모든 기록물에서 장성택을 삭제했다. 기억에서조차 지우려는 것이다.
2012년 말 대선 당시 터져나왔던 이른바 '노무현 부관참시' 파문도 빼놓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지상과제라지만 치졸하다.
가장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확인사살이 서해 상에서 일어났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이 우리 해경의 고속단정을 침몰시켰다. 100t급 중국어선은 4.5t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뒤집은 뒤 재차 들이받는 확인사살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달아나버렸다. 전시에도 물에 빠진 적군은 구조부터 하고 본다는데.
우리 정부는 쉬쉬했다. 두들겨 맞은 피해자가 극구 상처를 감추는 꼴이다. 국민안전처는 보도가 되자 침몰 사실을 시인했다. 사건 발생 31시간이 지난 후다. 중국 어선 선원들이 지금쯤 자국의 선창가 주막이며 저잣거리에서 얼마나 무용담을 늘어놓고 있을지. 한국 해경은 얼마나 만만한 술안주가 되고 있을지.
중국 어선의 습격에 우리 정부가 죽은 척을 한다. 야생곰이라면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 떠나겠지만 중국인은 천만의 말씀이다. 약점을 봤다. 더 달려든다. 국민에게 물대포를 쏘는 정부가 중국 해적선에 찍소리 못 한다.
김찬석 수석논설위원 chans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