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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조건 /박무성

70% 넘는 지지율에도 개혁 입법 등 지지부진

적폐청산이 바로 민생, 역사적 소명 완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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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9대선을 한 달쯤 앞두고 황상민 전 연세대 교수가 우리는 왜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지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낸 적이 있다.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이 된다’는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에서 황 교수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과거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후보군을 두루 언급한 뒤 결론은 이랬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됐든,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기를 바랍니다. … 그런데 안타깝지만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도 노무현이나 이명박, 심지어 박근혜 때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표현은 경어체로 부드럽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아주 비관적이고 단호하게 읽혔다.

황 교수는 대선 주자의 이미지는 곧 특정 정치지도자에게 투사하는 ‘유권자들의 욕망’이라고 봤다. 특히 당시 문재인 후보의 대중적 이미지를 ‘훌륭한 인격을 갖춘 구세주’로 풀어내면서 ‘문재인의 문제는 대통령 당선 여부가 아니라, 당선 후 과연 훌륭한 대통령 역할을 할까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은 지금 시점에서 봐도 그 딜레마를 적확하게 짚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올 한 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노동시간 단축 등 일자리 개혁부터 외교 현안 및 북핵문제, 개헌 로드맵까지 국정 전반을 비교적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제시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으로선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표현에 초점을 두고 많은 공을 들인 듯하다. 집권 1년 차의 개혁과 혁신을 통한 변화를 국민들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의 무게 중심이 적폐청산에서 민생으로 바뀐 셈이다. 지난해 취임 100일 때 문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가 적폐 청산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기조의 변화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간 국정운영을 혁신·도약·안정의 세 단계로 나눴다. 혁신은 집권 2년 차인 올해 말까지로, 개헌·국정원 및 검찰 개혁·경제민주화 등 한마디로 적폐청산을 주요 과업으로 삼았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황 교수가 말했던 ‘문재인의 딜레마’가 떠오른 것은 녹록지 않은 정치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소탈한 자신감의 이면에는 초조와 조급함도 비친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개혁입법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 법안, 국정원법 개정안 등은 아직도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 개헌 역시 3월까지 국회 발의가 안 되면 정부안을 내서라도 6월 지방선거 때 관철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했으나 간단치 않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로 상징되는 일자리 정책 역시 저항이 만만치 않다. 예산 문제 못지않게 노노갈등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험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단순한 논리를 설득하는 데 정부는 무력해 보인다.

요컨대 이런저런 일들을 벌여놓았고, 또 진행하고 있으나 마땅히 성사되는 일도 없는 것 같다. 이제 겨우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취임 초반에 너무 성급한 평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처한 사정이 다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보수우파의 도저한 저항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는 집권 권력으로서 무책임한 소리다. 무엇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폐청산의 피로감에 과민하게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세월호에서 그랬듯 전 정부의 적폐 수사에도 어김없이 피로감 프레임이 등장한다. 먹고살기에도 급급한 마당에 지나간 일을 들쑤셔 분열만 조장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허비한다는 주장이다. 불의한 의도에다 뻔한 프레임이지만 만만찮은 위력을 갖는다.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말하기에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너무 많은 불합리와 불공정, 몰상식을 마주하고 있다. 이것들을 제거하지 않고서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황 교수가 문 대통령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게 내다본 것은 대중들의 기대치와 최소 요구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실제 70%를 웃도는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에는 성과에 대한 평가보다 기대가 다분히 반영돼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딜레마이자 함정이다. 지지율은 어떤 계기로 인해 언제든 반대여론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나는 황 교수의 전망이 틀렸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부디 임기 내 성과주의에 빠지지 않고, 역사적 소명을 되새겼으면 한다. “국민 누구나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정의한 적폐청산이다. 그렇다면 적폐청산이 곧 민생이고, 그 완성이 아니겠는가. 제대로 된 적폐청산 하나만 해도 대성공이다.

편집국 선임기자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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