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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평창올림픽 그 이후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기적처럼 열린 협상 기회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 남북 대화가 향배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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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88서울올림픽 개최 후 30년 만이다. 게다가 동계올림픽 유치 역시 연거푸 두 번 고배를 마시고 삼수 끝에 성공한 것이어서 이번 대회의 의미는 각별하다. 각 경기 티켓 예매율은 종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봅슬레이 등 몇몇 종목은 일찌감치 90%를 상회하는 등 ‘완판’을 예고하고 있다. 평창문화올림픽은 케이팝(K-POP) 같은 대중 장르를 비롯해 연극, 무용, 클래식 음악 등 순수예술 부문까지 티켓 예매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흥행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갑자기 평창의 분위기가 밝아진 것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효과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평창의 ‘평화 올림픽’은 누구도 담보하기 어려운 구호였다. 김정은 신년사에 이어 남북회담 재개, 북 선수단 및 예술단 참가 방안이 구체화되면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실상 고대 올림픽의 기원도 전쟁의 중단에 목적이 있었다. 그리스 도시 국가들이 잠시라도 전쟁을 멈추고 한숨 돌리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은 애초 평화의 제단을 쌓기 위한 스포츠 제전의 성격이 짙었다. 평창올림픽의 기치 역시 평화였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때는 ‘한반도 평화’가 올림픽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겠지만, 막상 지금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의 향배를 가름하는 분기점이 돼 있다.

현재 한반도 평화의 한 축은 싫든 좋든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은 다양한 양태로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교수의 주한 미 대사 지명 철회를 계기로 제한적 선제타격 전략이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아이들 싸움에서 먼저 주먹을 날려 코피를 터트리면 상대가 전의를 상실한다는 의미에서 말 그대로 ‘코피(bloody nose)작전’이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 사이에서도 이 전략의 성공 가능성 내지 효용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 모양이다. 코피 작전 외에도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은 미사일 발사 교란 사이버 공격 등 20개 넘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 역대 정부는 북의 대량살상무기 시설에 대한 제한적 또는 정밀타격을 거론해왔으나, 말로만 그쳤다. 정작 국내에서 한반도 위기설에 무감각한 반응을 보이는 건 이런 영향도 크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는 등 북한을 ‘선제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근거를 일관되게 구축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대북 제재시한이 3개월이라는 말도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프로그램을 정지시키기 위해 미국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이 3개월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평창올림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배경이다.

한반도 평화의 가장 큰 변수이자 당사자는 물론 북한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차단하는 시한을 불과 몇 개월 정도로 보고 있는 대척점에서, 북한도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위상을 획득할 수 있는 시한을 아마 똑같이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근거다. 북한은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내일 건군절 열병식을 진행한다. 북한의 의도가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점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북한 주민들에 대한 체제 선전용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남북 긴장완화를 빌미로 문재인 정부에 어떤 카드를 내밀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국면은 천금 같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전쟁 위기의 한복판에서 기적처럼 만들어진 대화의 기회’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평창올림픽이 얼마나 엄중한 의미를 띠고 있는지 절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미국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한다. 북한의 2인자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온다면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유사 이래 한반도에서 70~80년 이상 평화가 유지됐던 적은 많지 않았다. 크고 작은 전쟁이 단속적으로 일어났다. 4월 위기설, 10월 위기설 등 끊임없이 등장하는 한반도 위기설을 단호히 부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이제 우리 스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북과의 단절 이후 대화를 통한 협상의 길이 열렸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은 오로지 대화에 전념해야 한다. 놓으면 안 되는 평화의 끈이다. 평창올림픽에 간절하게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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