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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박무성 칼럼] 부산시장의 조건

① 15년 이후를 보는 안목 ② 시민이 놀랄 파격인사 ③ 표심에 연연않는 배포

큰 그릇이 도시 바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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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위기의 도시다. 골치 아픈 지표들을 꺼내지 않아도 오랫동안 터전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 도시가 쇠락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한낮에 도시철도를 타 보면 도시의 고령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대학 진학하는 자식들이 무작정 부산을 벗어나려는 데서 지역대학의 위기를 실감한다. 급기야 그들이 취직할 즈음 대개는 부산의 미래에 절망한다. 겉모습은 어떤가. 극명한 사례가 있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해운대 마린시티의 즐비한 마천루, 홍콩보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이곳 초고층 빌딩들이 업무시설이 아니라 전부 아파트라는 사실에 외국인들은 또 한 번 놀란다.

부산은 1970, 80년대 고도성장에 이어 90년대 성장 둔화기까지 한국의 경제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그 궤도에서 이탈했다. 국가는 침체기를 극복했지만 부산은 그렇지 못했다. 치솟는 땅값과 공장 용지난, 주축 산업의 고도화를 이끌 대기업의 몰락, 20~30년간 진행될 만한 대형 프로젝트의 빈곤 등등. 이유는 많겠다. 결과론이지만 나는 ‘위대한 리더십의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사회 경제 문화 다양한 분야의 리더가 있지만, 결국 부산시장에게 귀착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부산시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도시 정책의 설계부터 예산의 분배와 집행, 공무원과 산하 투자기관 인사까지…. 실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대단한 자리다. 섣부르게 역대 시장의 공과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단지 그들이 보낸 시간들을 거슬러 가보면 바람직하고 더 절실한 시장의 조건은 내놓을 수 있겠다.

우선, 부산시장은 적어도 15년 이후를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15년’은 3선 제한까지 성공하는 경우 재임기간 12년이 지나 후임 시장의 전임자 지우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재선까지 성공한다면 10년 정도면 되겠다.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비전을 구체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소속 정당이 같든 다르든, 보수든 진보든, 후임자도 계속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안목과 역량이 필요하다. 비전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런 비전이 있어야 지금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뛰어넘어 내일 이후 도시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가 있다.

두 번째, 시민들을 세 번 정도 놀라게 하는 인사가 있어야 한다. 시청 내 부시장급 간부나 시 산하 공공기관장, 직간접 영향력이 닿는 문화단체장 정도면 되겠다. 자신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을 앉히는 혁신 인사,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라면 더 좋겠다. 이런 인사가 세 번이라면 나머지는 염려할 일도 없을 게다. 과거 시장 가운데는 선거 때 상대진영에 앞장섰던 간부를 승진시켜 시 살림과 인사를 도맡겼던 적도 있었다. 근래에는 이런 미담조차 전설처럼 받아들여진다. 자기 편 사람 쓰는 일은 간단하다. 유능한 재목을 선택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사사롭게 보지만 않으면 된다. 하지만 불편을 감수하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쓰기란 예삿일은 아니다. 인사는 곧 메시지라고 한다. 인사가 종국에는 리더의 철학과 정책 방향까지 제한하기 마련이다.

세 번째,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을 만큼의 배포가 있어야 한다. 표심에 영합해 인기 시책만 좇는 대신 옳은 일을 꿋꿋하게 밀어붙이는 신념과 소신은 시장으로서 품격을 보여주는 덕목이다. 민주제 선거의 전제에 포퓰리즘이 있다는 건 역설적이다. 대중적 인기를 마냥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을 구분하는 용기가 요구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 초기 미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게이츠는 이런 리더의 자질을 ‘도덕적 용기’라고 불렀다. “진정한 리더는 혼자 서 있을 수 있어야 하고, 거대한 도전에 맞서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퇴임 연설에서 게이츠 장관이 남긴 말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시장은 한마디로 큰 인물이다. 사람의 그릇됨은 그 삶의 궤적이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떤 철학을 갖고, 위기 국면에 어떻게 처신했는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그리고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나는 대통령과 부산시장의 자질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부산시장의 소임을 훌륭하게 마친 사람이라면 검증을 거친 대권 잠룡으로 부상하는 게 마땅하다. 국가적인 안목을 넘어 글로벌시대 부산의 지정학적 전략까지 읽어내야 비로소 이 도시의 르네상스를 불러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선거는 후보에게도, 시민에게도 기회다. 지금 상황에선 현직 시장의 재선도 그리 녹록하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대항마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고민은 더 깊다. 부산은 우리가 자리 잡고 살아가는 터전이다. 부디 비전과 용인술, 신념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시장이 부산을 다시 기회의 도시로 만들기를 희망한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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