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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문턱

국가 신뢰도와 투명성, 국민소득 향상과 비례

지속가능한 성장 위해 공정사회 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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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총소득(GNI·이하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지난해 기준 27개국이다. 이 가운데 인구가 5000만이 넘는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모두 6개국뿐이다. 이른바 ‘5030 클럽’이다. 경제력 면에서 선진국인 데다 일정 규모의 인구까지 갖춘 강국의 반열인 셈이다. GNI는 국민이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소득을 전부 합산해 산출한다. 자국민이 외국에서 번 소득은 포함되는 반면, 국내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은 제외된다. 이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NI는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흔히 사용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45달러(지난주 발표된 한국은행 ‘2017 국민계정 잠정’)다. 한화로 환산하면 3363만6000원 정도. 2006년 2만 달러 선을 돌파한 이후 11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8.2년. 독일과 일본은 5년 걸렸고, 미국은 9년이 소요됐다. 특기할 것은 국민소득 증가 속도에 일종의 ‘반감기’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1만 달러(1980년)에서 2만 달러(1988년)로 상승하는 데 9년이 걸렸지만, 다시 3만 달러(1992년)로 올라서는 데는 5년이 걸렸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선진국들은 모두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1만 달러(1995년)에서 2만 달러(2006년) 선을 넘는 데 12년이 걸렸고, 11년째 2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결핍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자본의 함수관계는 최근 들어 경제학에서 주목하는 과제 중 하나다. 신뢰 수준을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국가투명도이다. 한국의 국가투명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2016년 기준)는 56.0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체코와 함께 27위다. 특히 한국의 정책 투명도(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조사, 2016년 기준)는 10점 만점에 3.25점으로 43위. 필리핀(39위)이나 중국(41위)에도 뒤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고, 경제성장 역시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국가투명도가 10% 오르면 국민소득이 5000달러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나 정책 투명도 같은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은 담보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장과 배분은 서로 대립,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 양립 내지 조화를 끌어내야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갈수록 심화되는 계층별, 지역별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평등과 공정성을 부단하게 넓혀가지 않는 한 선진국은 고사하고 당장 3만 달러 시대를 열기도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3%대 성장률을 이루고 원화가치가 급락하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3만 달러 진입은 확실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국민소득이 전년보다 7.5%나 오른 것도 국내 요인보다 원화가치 상승 등 글로벌 경제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의 증감에 내적 경제성장보다 환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외생변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만약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요동치거나 세계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민소득 역시 뒷걸음질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일본만 해도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연 뒤, 2012년 5만 달러의 문턱까지 갔으나 다시 3만 달러대로 떨어졌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은 정부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바라는 국가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양극화의 그늘 쪽에 있는 많은 국민에게는 ‘3만 달러’라는 수치가 공허한 상징밖에 더 되겠는가. 자칫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처지’가 우리나라에도 고착될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안고 있는 과제는 참으로 무겁다. ‘경제 부문의 부진 탓에 한국의 미래는 여전히 위태롭다’는 지적들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치·외교적 성과마저 경제 때문에 망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급하다고 단기적인 처방에 기대서도 안 된다. 자칫 3만 달러라는 수치에 현혹돼 수를 좇는 정책들은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더디고 고단한 일이 급선무일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 우리에겐 과연 어떤 게 선진국인지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의미를 새겨볼 일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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