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의 각당 대진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도 눈에 띌 만한 참신한 인물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랫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기생했거나 관변단체 언저리에서 활동했던 인물을 찾기가 훨씬 더 수월하다. 전문성을 갖춘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1991년 부활한 지방선거의 역사는 성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성장세는 유권자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정치 엘리트로 성장하기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지방의회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배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중앙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미국민에게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중 한 명인 버락 오바마도 지방의회 출신이다. 변호사 출신인 오바마는 35세 때인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98년과 2002년 연이어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2004년 연방 상원의원 당선에 이어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다. 노예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역시 일리노이주 하원 의원과 연방 의원을 지냈다.
한국에서도 지방의회 출신 몇몇이 국회에 진출한 경우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치적 상징성이나 업적은 그리 후하게 평가받지 못한다. 특히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 대통령을 세 명이나 배출한 부산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역동성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럼, 지방선거는 왜 훌륭한 인재들로부터 외면받을까. 가장 큰 이유는 수십 년 동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당파적인 폐쇄성은 심각하다. 올해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부산지역 공천 신청 접수 결과 선거구마다 신청자가 단 한 명 뿐인 곳이 크게 늘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한국당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사전 조율을 통해 내천자가 정해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예 다른 신청자의 접근을 봉쇄한 곳도 상당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한 여성 시의원 출마 예상자가 당내에서 불출마를 강요받는 등 폐쇄적인 이너서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이미 시당 공관위에서 확정한 구청장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중앙당 차원의 재심사에 들어간 상태다.
당협 또는 지역위원장의 구시대적인 월권행위도 여전히 위험 수준이다. 지역 민심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후보자를 꽂는 악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예비후보의 참정권은 안중에 없다. 이런데도 공천 심사를 맡은 당내 공적 기구는 무기력하다.
초라한 지방의회의 위상과 처우도 인재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시민사회단체나 유권자들은 지방의원의 가장 큰 문제로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 ‘잿밥’에 관심 두지 않고 본업인 의정활동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지방의원 월급(의정비)으로 성실한 전업의원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설업자 등 다른 수입원이 있는 사람들이 덤벼들고, 그들의 이권과 관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보좌관제 도입 등 의회 전문성 및 위상 강화를 위한 현안도 이제 전향적인 시각으로 대할 때가 됐다. 그동안 이런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정적 여론이 반복적으로 형성됐다.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은 분명 그들이 자초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힘든 환경에서 어떤 인재가 지방의회의 문을 두들기겠는가.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 뒤 전문성 부족이 나타나면 매섭게 질타하는 게 순서라고 본다. 부산시의회의 경우만 봐도 의원 유급제가 도입된 2006년 제5대 의회 때 여의도에서 활동했던 보좌관 출신들이 대거 시의회에 입성해 의회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보다 인구가 조금 많은 미국 LA의 시의원 연봉은 18만 달러 정도로 부산시의원의 3배 이상이다. 여기에다 다수의 보좌진 등도 지원된다. 물론 시의회 정수는 15명으로 부산시의회의 3분이 1 수준이다. 의원 숫자를 확 줄인 대신 화끈하게 지원하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LA 시의회의 사례는 지방의회의 정상화 차원에서 검토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헌안에 지방자치 및 분권을 강화하는 실질적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배출되는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은 지방자치와 분권 실천의 전위세력이다. 이들의 자질은 곧 분권 정착의 핵심 요소다. 지방선거에 각계 인재가 뛰어들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분권과 자치도 꽃을 피울 수 있다. 언제까지 지방의회 무용론만 되뇔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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