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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지방이 실종된 지방선거

국가적 초대형 이슈에 묻혀버린 지역 현안들

일상의 민주·자치권 이번 선거에 녹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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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시민이, 지방 단체장은 주민이 뽑는다’는 말이 있다. 짤막하지만 이렇게 적확하게 각급 선거의 속성을 짚어내는 표현도 없지 싶다. 지방선거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보다는 한 지역 공동체 ‘주민’으로서 삶의 변화를 투표를 통해 모색하는 절차다. 그런데 6·13지방선거를 불과 42일 앞둔 현재 지역 주민도, 지방도 보이지 않는다. 지방분권이나 정책, 공약 등 선거 쟁점이 남북 정상회담 같은 초대형 이슈와 중앙정치권의 정쟁에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된 것이다.

실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선거에 관심 자체가 적다. 지난 4월 초 실시한 여론조사(쿠키뉴스)를 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사회 현안을 ‘지방선거’라고 답한 응답률은 14.7%에 그쳤다. 이에 비해 ‘남북문제’를 꼽은 응답률은 30.5%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런 추세는 50대(36.9%) 60대(42.2%)로 갈수록 더 강했다. 선거기간에는 돌발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해 지방선거에서 지방문제가 오롯이 중심 무대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남북 정상회담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선거 목전인 5월 하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남북미, 북·러, 한중일 등의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릴 가능성도 높다.

사실 외적 변수가 없는 선거는 없었다. 4년 전 6·4지방선거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선거기간 전체를 관통하면서 지역 현안들도 침몰되다시피 했다. 2010년 6·2선거 때는 천안함 사건이 선거판을 흔들었다. 그래도 앞서 두 번의 지방선거는 이번 같지는 않았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무상급식이 핵심 의제였다. 이른바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쟁이 선거구도를 갈랐고, 2014년 선거 때는 안전문제가 정책과 공약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국가적 현안에 ‘지방’이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하는 남북문제가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나, 여기에 지방선거가 묻혀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개 선거판에 미치는 핵심 변수로 구도, 이슈, 인물 세 가지를 꼽는다.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게 마련이다. 자유한국당은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국가사회주의로 넘어가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부각한 것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데다 워낙 세계사적이고 당위적인 사안들이어서 이런 슬로건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수용할는지 미지수다.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초대형 이슈가 지배하는 선거는 ‘공중전’으로 치러지는 경향이 있다.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켜 선거의 승세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럴 경우 후보들은 개인의 경쟁력보다 국가적 이슈에 편승하려는 행태를 보인다. 이번에 유독 심하다. 가뜩이나 여당 후보들이 ‘문재인 효과’에 기대려고 안달하는 상황에서 인물 위주의 선거도 바라보기 어렵게 됐다. 인물난을 겪는 야당도 바닥 민심을 훑으면서 각개전투식 ‘지상전’을 전개하기는 만만찮아 보인다.

6·13지방선거는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위원, 교육감 등 전국적으로 4000명이 넘는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부산만 해도 182명에 달한다. 선거는 사람만 뽑으면 그만인 절차가 아니다. 어쩌면 지난 4년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도리어 표피적인 일이다. 지역현안을 다시금 살피면서, 미래전략을 새로 점검하고 수립하는 일이 더 중차대하고 본질적일 수 있다. 정책선거를 그렇게 강조하고 후보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작업이 소홀하게 되면 향후 4년도 실속 없이 무망하게 시간만 보낼 공산이 큰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2016년 말 전국의 광장·거리에 모인 촛불민심을 다시 한번 선거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배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5·9대선은 촛불시위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당시 한결같은 바람이 민생을 살피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정상화에 대한 요구였다면, 그 정신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마땅하다.

6월 개헌이 물 건너 가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열망도, 논의도 식은 것 같다. 시대의 흐름으로 봐도 분권으로 가야만 하는 길목에 서 있는 이번 선거에서 이 의제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개헌과 상관없이 지방재정 자립 강화, 조례 제정 및 집행 수준 이상의 권한 부여 등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확대하는 방안은 여전히 가능하다. 일상의 안전과 평안, 그리고 지역공동체 일원으로서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시장이나 구청장의 책무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아닌가. 후보들은 물론 유권자들도 대형 이슈에만 매몰되면 안 되는 이유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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