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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샤이 보수’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신수건

‘판문점 블랙홀’ 힘 대단…민주 여론조사 크게 우위, 한국당 뒤집기 전전긍긍

10% ‘샤이 보수’에 기대…최종 지지율갭 초미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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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훈풍’이라는 불랙홀이 6·13지방선거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방선거를 딱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현재 여론조사만 보면 부산에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쓰나미가 몰려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근데, 이상하다. 오차범위 훨씬 밖으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앞서고 있지만 만나 본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불안해 한다.

최근 부산시장과 한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맞대결 시 민주당 후보들이 더블스코어 이상 크게 앞선다고 보도됐다. 높은 무선전화 조사 비율과 남북 정상회담 효과 등이 민주당 후보에 유리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하지만 사실 이 정도 격차면 뒤집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한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에게 덕담을 섞어 물었다. “여차하면 시장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부산시의회까지 과반수를 장악할 수도 있겠다.”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특히 보수 세력의 조직력과 유권자의 생리를 꿰고 있는 이 후보는 “결국 초접전으로 갈 것이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1000표 이내에서 혈전을 벌이는 곳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론조사에 취하면 결국 피눈물을 쏟을 것”이라고 비장한 어투로 말했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자기 암시가 포함됐지만 신기루 같은 여론조사 수치의 허망함을 잘 알기에 나온 말로도 해석됐다.

부산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현재 각 여론조사 기관에서 내놓고 있는 수치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0%포인트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 두고 서 후보 측은 조사 방식의 오류를 지적하며 고개를 내젓는다. 특히 한 자릿수의 미미한 응답률을 거론하면서 숨어 있는 ‘샤이 보수’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여기에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여론조사의 취약성을 공격한다.

그럼 현재 드러난 여론조사 수치는 표심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걸까. 특히 보수 정당에서 기대하는 ‘샤이 보수’는 실제 존재하는 걸까.

‘샤이’ 지지층의 위력이 가장 크게 발휘된 선거는 2016년 11월 미국 대선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계속 뒤지다 실제 투표 당일 깜짝 놀랄 만한 역전극을 이뤄냈다. 그 배경엔 ‘샤이 트럼프’가 존재했다. 당시 트럼프 지지자 10명 중 1명이 ‘샤이 트럼프’로 분류됐다.

국내에서는 접전 상황에서 샤이 지지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후보 간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2002년이나 2012년 대선 때는 샤이 그룹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한쪽 후보로 지지율이 쏠린 2007년과 2017년 대선에서는 샤이 지지층이 등장했다.

먼저 나타난 그룹은 ‘샤이 진보’다. 2007년 12월 12일 실시된 마지막 TNS코리아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4.7%,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5.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개표함을 열어보니 이명박(48.7%) 후보의 득표율은 일주일 전 여론조사와 별 차이 없었지만 정동영(26.1%) 후보의 득표율은 10.4%포인트 올랐다.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이었던 10%안팎이 ‘샤이 진보’였던 셈이다.

시간이 흘러 2017년 대선에서는 ‘샤이 보수’가 등장했다. 부산지역만 놓고 보자. 지난해 5·9대선을 일주일가량 앞둔 5월1일 실시된 부산MBC·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36.7%를 기록해 자유한국당 홍준표(22%)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섰다. 무응답층은 14.4%. 일주일 뒤 실제 투표 결과는 문재인 38.71%, 홍준표 31.98%였다. 부산에서도 무응답층의 10%가량이 ‘샤이 보수’였던 셈이다.

이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샤이 보수든 진보든 대략 10% 정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샤이 지지층의 존재는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설명된다. 이 이론은 여론 형성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소수라고 생각되면 의견 개진을 회피하고 침묵하는 현상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샤이 지지층이 당락까지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려면 후보 간의 격차가 어느 선까지 좁혀져야 한다. 국내 선거에서 보면 대략 10% 이내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샤이 보수’는 확실히 존재해 보인다. 어떤 이는 현재 보수 정당의 인기가 워낙 낮은 상황인 만큼 여론조사에 안 잡히는 ‘샤이 보수’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본다. 선거일을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가 발표되는 다음 달 7일, 서 후보는 오 후보를 얼마나 따라 잡았을까.


편집국 부국장 gian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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