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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권력 사유화의 후과

공적 권력이 이권인 양 패밀리 비즈니스하듯 국정을 운영했던 MB…역사적 심판 이미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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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은 “사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4대강 사업 때문이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강인규 교수는 ‘4대강 살리기가 살리려던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적 이해관계였다’고 MB를 힐난했다. 4대강 사업은 ‘공동체 소유의 자연을 민영화하는 작업’에 다름 없으며,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동체의 자산을 내 것과 네 것으로 찢어놓는 작업’으로 단정했다. MB는 ‘공동체를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사악하다’는 게 강 교수의 논지다. 그의 날선 지적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불과 얼마 뒤 진행 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증명했다.

비록 임기 말에 레임덕 현상을 겪고 있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권력’으로서 ‘사악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MB. 그는 퇴임 후 5년 만에 결국 뇌물수수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지난 23일 첫 공판 기일 법정에 섰다. 마침 꼭 1년 전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또한 이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이기도 했다. 뒤얽힌 인연들이지만, 참 공교롭다. 하지만 이날 MB는 수감생활 탓인지 조금 초췌해보였을 뿐 회한 같은 낯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법 긴 입장문을 통해 MB는 예상대로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특히 “삼성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말은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격한 표현으로 검찰을 쏘아대기도 했다.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판단에 대해 “다스는 형님 회사”라며 “30년간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온당하냐”고 되레 따졌다. 검찰 측 증거 채택에 동의한 것이나 법정에 출석한 배경에 대해서도 스스로 큰 의미를 뒀다. 재판 도중 “한 말씀 해도 되겠느냐”고 끼어 들기도 했고, 심지어 “사법의 공정성을 국제사회에 보여달라”고 재판부를 훈계하기도 했다. 변명과 궤변이 난무했다. 그는 변하지 않았고, 여전했다.

검찰에 출석하거나 구속 수감될 때, 그리고 재판 받을 때 MB를 둘러싼 풍경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황에 견줘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지지자들의 수에서부터 반응, 그들이 보이는 충성도까지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일 게다. 측근들의 ‘배신’이 MB만큼 많은 권력자도 없을 것 같다. 그저 등을 돌리는 정도가 아니라 칼을 꽂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 하는 말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MB의 오랜 측근 중 한 명이다.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정무부시장으로 그를 보필했고, 17대 대선 땐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MB를 대통령 만드는 데 헌신했다. 말하자면 일등공신인 그가 정작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MB와 사이가 틀어졌다.

그는 MB가 ‘국정운영을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은 권력을 잡은 게 아니라 이권을 잡은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MB가 구속 수감되던 즈음 정 전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폭로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MB에게 돈은 신앙’이라고도 했다. 실제 MB에게 적용된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 16개 혐의 대부분이 돈 욕심과 결부돼 있다. ‘그에겐 윤리나 도덕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국가관이나 역사관도 없다’. 정 전 의원은 MB가 늘 만나는 측근들과도 역사 얘기 하는 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요컨대 권력의 사유화다. 그는 국민들이 MB에 대해 분노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력의 사유화에 취해 역사적 과오를 범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 역시 ‘권력의 사유화가 빚은 결과’다. 이는 검찰 공소장에도 적시됐다. 권력의 사유화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엄중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개인적 인격과 공적 역할을 혼동하는 것이다. 다양한 욕구의 개인들 사이에서 민주 체제를 지탱하는 건 공공성이다. 비단 크고 작은 국가 권력뿐 아니라 지역사회, 직장조직 등 어디에나 요구되는, 사회가 숨쉬는 공기 같은 것이다. 국가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기본 책무는 이 공공성을 지키고 확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사가 비극으로 점철된 근원은 공공성의 상실, 곧 권력의 사유화 때문이다.

MB는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를 모조리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와 진술은 그야말로 차고 넘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물론 MB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공공성을 저버리고 권력을 사유화한 사실만으로도 역사적 심판은 이미 ‘유죄’다. 공적 영역에서 권력을 동원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한 후과는 반드시 공동체 전체의 피해와 고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라는 진리를 그의 사례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공적인 권력을 좇는 후보들도 가슴에 새겨야 할 반면교사 MB의 교훈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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