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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지방의회 여성시대

쓰나미 휩쓴 6·13선거, 젠더정치 시대도 열 터

남성만큼 하느냐 보단 새 정치판 만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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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에 여성 의장시대가 열렸다. 경남도의회 의장도 여당 소속 여성이다. 대구시의회는 야당인 자유한국당 3선 여성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기초의회는 여성 의장이 제법 많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의회 중 8곳이 여성 의장이다. 특히 기초의회 중 전국 최대 규모라는 수원시의회도 여성이 의장을 차지했다. 이 밖에 대전 구의회 3곳을 비롯해 광주와 전남지역 여러 기초의회에서 여성 의장이 탄생했다. 6·13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회 모두 여성 의원 비중이 늘어나고, 정치판도가 바뀌면서 여성 의장이 유독 많아진 것이다. 과연 ‘지방의회 여성 전성시대’라고 일컬을 만하다.

하지만 여성 대통령도 배출했고, 현재 원내 정당 3곳의 당 대표가 여성인 나라에서 지방의회 여성 의장들이 뭐 그리 대수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 정치현실에서 유리천장을 뚫은 이들 여성은 오히려 특별한 사례일 뿐, 정치권의 남초(男超)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6·13선거 결과, 17개 광역단체장 모두 남성이다.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 중 여성은 8명에 불과하다. 또 같이 치른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성은 단 1명도 없다. 20대 국회는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여성은 50명이다. 결국 지방의회에 여성 진출이 늘어난 것은 ‘여성 공천 30% 할당제’ 효과라는 분석이 타당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천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1명도 없었다. 기초단체장은 공천자 218명 중 여성은 겨우 11명이다. 그래서 아직도 ‘여성 없는 정치’라는 거다. 기실 지방의회에서 여성들의 약진은 정치구조의 변화라고 하기에는 착시효과가 적지 않다. 요컨대 ‘지방의회 여성시대’는 과장법이거나 남성이 지배적인 정치구조의 기형적 현실을 호도할 우려도 있는 것이다. 6·13 이후 여성정치를 제대로 보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현상이나 구도에만 집착하다 보면 변화와 그 기저에 있는 에너지 흐름을 간과하기 쉽다. 눈여겨 살펴야 하는 것은 그런 변화의 단초와 방향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다양한 정치사적 의미를 풀어낼 수 있겠지만, 특징적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 문화의 균열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가부장적이고, 집단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에 대한 전면적 문제 제기인 셈이다. 이를 주도하는 건 여성, 그것도 20대 여성들이다. 근래 선거 추이를 보면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60대를 제외하면 20대 여성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50대 남성보다 훨씬 높다. 세대별로 ‘20대’, 성별로 ‘여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20대 여성의 정치적 특성을 이렇게 정리한다. 먼저 남녀 간 정치적 견해차로, 기성세대 여성은 남성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20대 여성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두 번째는 정치적 성향의 차이. 기성세대 여성은 남성보다 대체로 더 보수적이지만, 20대 여성은 남성보다 더 진보적이다. 장 교수는 이런 차이를 근거로 한국에서도 젠더정치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들의 본격적인 정치, 이른바 젠더정치의 진행을 경험한 외국 전례를 보면 기존 문화의 해체가 일어난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으로 변하는 정치구도의 재정렬 현상이 이뤄진다. 이는 예외 없는 불가역적 과정으로 관찰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열풍은 이런 흐름의 큰 줄기로 보인다. 일부 여성단체의 극단적 남성혐오 역시 이런 흐름에서 불거지는 부정적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여성의 본격적인 정치 참여는 정치권력의 성적 평등이나 균형이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시 지방의회로 돌아가 보자. 여성 의원들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면서 남성 중심의 낡은 정치 풍토와 과거 기득권 정치에 어떤 식이든 변화의 바람은 거세게 불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정치문화로 안착시킬 수 있는가의 정치력 여부다. 얼마나 남자만큼 따라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는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습관화하는 건 이런 과업 중 하나다. 초선이 대다수인 부산시의회의 경우 아직 기득권이 없다는 점,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스펀지 같은 탄력적 구조라는 점은 지방의회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시의회 박인영 의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6·13선거에서 시민은 완전히 새로운 부산의 정치를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의 요구에 시의회가 부응했다고 본다. 여성이냐 남성이냐,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력을 평가받았다고 여긴다.” 박 의장은 그의 소임을 정확하게, 절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변화와 혁신’ ‘의지와 실력’은 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젠더정치 시대를 개척해야 하는 여성 정치인 모두가 안고 가야 하는 무겁고 소중한 짐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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