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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먹방과 국가주의, 그리고 집권 2년 차

점차 국가개입 피로감, 보수진영 이념공세에 민심도 돌아서는 시기…문 정부의 저력 보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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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를 놓고 야기된 국가주의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가지를 치며 확산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4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폭식을 조장하는 광고와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게 발단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왜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고 시장에 개입하느냐”며 먹방 규제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여기에 여당 측은 “뜬금 없다”는 대응부터 “선동 정치” 심지어 “독재 이미지 씌우기”라며 맞불을 놓았다.

꽤 심각하고 거창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정작 먹방의 실태나 규제 필요성 여부는 몽땅 빠졌다. 비만이 개인 문제를 떠나 심각한 국가적 관리대상 질병이라는 원론적 공감대도 물론 없었다. 요즘 먹방은 가히 대세다. ‘여행하면서 먹고, 수다 떨면서 먹고, 무조건 많이 먹고’식 프로그램이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 TV, 유튜브까지 점령했다. ‘먹방 공화국’이라는 자조는 점잖은 표현이고, ‘대식가 전성시대’ ‘폭식 권하는 사회’라는 말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푸드 포르노’라고 비아냥거린다. 흥밋거리를 넘어 우리 음식문화가 지나치게 표피적이고 상업적으로 물들어간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참에 정치권에서 먹방 문제를 민생정치 일환으로 진지하게 다뤄봤더라면 대박이 났을텐데 아쉽다. 아무튼 먹방과 국가주의 논란은 애초 초점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은 먹방 규제 논란 이전부터 잦았다. 지난달 18일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초·중·고 내 자판기 설치 금지법을 두고 ‘국가주의적 경향’이라고 지적했고, 일주일 뒤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을 겨냥해 “국가주의 유령을 없애는 게 적폐 청산이 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정부를 겨냥해 “국가주의에 빠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게 비대위원장이 된 뒤에만 대여섯 차례다. 김 위원장의 ‘탈국가주의’ 주장을 두고 당 안팎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모양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 있는 반면, 당 인적 쇄신 등 절실한 혁신은 외면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문 정부와 대립구도를 통해 박근혜 탄핵 이후 와해되다시피 한 보수의 결집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정황도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의 성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등 군 동성애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정치권 보혁논쟁이 재점화될 조짐도 있다. 한국당의 이런 시도가 보수의 재건 또는 부활로 이어질 것인지, 보수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를 미루자. 다만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접어들어 국가 개입 내지 정부 만능주의에 대한 여론의 피로감이 생기는 시점에서 ‘국가주의’라는 담론으로 사실상 이념 공세를 펴고 있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공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근간에 제동을 거는 셈이다. 적폐청산 작업과 한반도 평화구상, 두 축을 중심으로 지난 1년을 전개해왔던 문 정부로선 최저임금과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 탓에 여론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건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 지방선거 직전 80%를 넘나들던 지지율이 7주째 하락세를 보여 6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야당을 위시한 보수 진영이 문 정부의 경제정책에 연일 맹공을 퍼붓는 것은 상투적인 공세라고 쳐도, 얼마 전 진보 지식인 300여 명이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을 발표한 것은 문 정부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보수 진영은 지난 1년의 경제 성적표를 놓고 국가주의 이념으로 공격하고, 진보 진영은 개혁을 포기하거나 적당히 실용주의로 물러서려는 건 아닌지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하는 형국이다.

문 정부는 태생적으로 부채를 안고 있다. 2016년 말 촛불시위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다. 그건 ‘상식의 복원’이었고 ‘공정의 확립’이었다. 공정은 갑질과 특권, 부당이득을 해소하는 것이고 상식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특권과 불공정은 취업시장에서부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주종관계, 지대추구 구조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깊고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다. 문 정부가 민심의 기대치에 답할 여유도 없이 민심은 인내의 한계를 드러낸다.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사회경제적 의제들 어느 것 하나 해법 찾기가 여의치 않다. 먹방 규제와 국가주의 논란은 2년 차 문 정부에 대한 보수 진영의 선전포고인 동시에 우군이던 민심의 반전이 시작될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어쩌면 갈림길에 서 있다. 집권세력의 선한 의지만으로 경제가 거저 살아날 리 없고, 담대한 기치만으로 개혁의 추동력을 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권 2년 차, 이제 저력을 보여야 할 때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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