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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교육부가 만드는 ‘대학 살생부’

구조개혁 시급하지만 정부 나선 방법은 의문

퇴출 대상 선별에 앞서 대학교육 살릴 길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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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온통 난리다. 지난달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다. 교육부는 이의신청을 반영한 확정 ‘명부’를 어제 내놓았다. 구조조정 대상 학교로 선정된 86개 대학 대부분이 보직교수 일괄사퇴는 물론 총장까지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력에 내몰려 있다. 부산만 해도 한국해양대에선 교수회가 총장 사퇴 찬반투표를 벌여 72%가 찬성했다. 경남 김해는 관내 대학 4곳 모두 조정 대상에 포함되자 ‘도시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시 전체가 들썩거린다. 앞서 교육부 발표 직전 강원도에서는 대학 총장들과 도지사, 도의회가 지역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학평가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애초 목적은 대학 경쟁력 강화 차원의 정부 재정지원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대학 정원을 줄이고,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변질됐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 평가가 ‘대학 살생부’라는 건 적확한 표현이다. 시작은 박근혜 정부 때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1,2,3주기로 나눠 모두 16만 명의 대학정원을 줄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1주기(2015~2017년)에는 5만6000명을 감축했다. 이번은 2주기(2018~2020년)에 해당된다. 다만 ‘대학 구조개혁’ 사업의 명칭이 현 정부 들어 ‘대학 기본역량진단’ 사업으로 변경됐고, 평가 등급이 A~E 5단계에서 자율개선대학, 역량강화대학, 재정지원제한대학 등 3단계로 축소됐다. 정책 방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대학의 개혁이 절박하다는 데 공감한다. 오히려 시기를 놓쳤을 만큼 대학의 수술은 시급하다. 고등교육은 과포화 상태다. 대학진학률은 2005년 83%로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 69% 선으로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나 독일보다 배 이상 높고, 미국보다도 10%포인트 정도 높다. 만성적인 교육 인플레 현상이 지속돼 왔던 거다. 여기다 고교 졸업생마저 급감하고 있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추계대로면 3년 후인 2021년 대학정원은 지원자보다 7만 명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놓고 있다가는 우리 사회 전체가 대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와 유사한 상황을 미국은 1970년대부터 겪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 증가와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과잉공급됐던 미국의 대학은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은 정부가 나서지 않았다. 지역사회 단위로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말하자면 미국식 시장논리에 따랐던 것이다. 우리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굳이 정부가 나선다면 재정지원을 앞세워 퇴출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대학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수요자들의 선택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는 대학 퇴출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는 편이 타당하다.

칼날은 결국 지방대에 집중돼 있다. 재정지원을 무기 삼은 평가의 부작용은 정원미달 사태와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대가 전면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은 낯간지러운 명분일 뿐이다. 현 정부 들어 평가단위가 권역별로 나뉘다 보니 대학이 많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문제도 생긴다. 교육부가 무서워 대학들이 입을 닫고 있을 뿐, 평가방식과 공정성에 회의가 적잖다.

당초 정부 의도대로 2023년까지 대입 정원 16만 명이 감축된다고 하자. 과연 대학은 건강한 교육생태계에서 고유의 역할과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까. 우리 대학들은 각종 인증평가부터 언론사 평가까지 이런저런 평가를 받아왔다. 대학본부는 평가에 대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다시피 했다. 본연의 연구와 교육보다 평가지표에 맞는 조직과 인력 배치, 예산 편성이 집중돼 있는 것이다. 대학의 사명인 전인교육과 창의적 연구, 진리 추구는 박물관에 박제된 지 오래다. 미국에서 ‘대학의 종말’이 거론되는 시절, 그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평가’였다. 시행착오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 평가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시대, 하루가 다르게 삶의 패턴이 바뀌는 시대에 이런 기계적이고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한 잣대로 재단된 모습의 대학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학은 이미 정부 돈에 순치됐다는 말을 듣는다. 교육부 평가지침에 벌써 조련돼 있다. 이것이 최선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학 살생부가 죽이는 건 무엇인지 알겠는데, 살리자는 건 뭔지 이해하기 힘들다. 대학 고등교육을 살려내는 길부터 찾는 일이 우선이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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