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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미스터 션샤인’ 오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9-06 19:04: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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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화제이더이다. 총 찬, 칼 품은, 말(言) 가진 세 남자는 저마다 매력 넘치고, ‘글로리빈관’ 주인 ‘쿠도 하나’는 매혹적이더이다. 더군다나 ‘애기씨’는 그때껏 누구도 상상한 바 없는 활약으로 눈을 부시게 하니, 어찌 입 가진 자 한마디 보태지 않을 수 있겠소. 말이 많으니 논란도 있더이다. 역사를 왜곡한다는 논란 말이오.
시대를 보자니 1905년 ‘을사늑약’ 이전 수년간이 배경이더이다. 전통적으로 한반도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행세하던 대륙의 청(淸)나라는 1894년 청일전쟁에서의 패배로 위세를 잃었고, 대륙 침략의 교두보로 한반도를 침탈하려는 일본이 안하무인으로 설치던 때였소. 대응할 만한 나라로 아라사(러시아)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고종(高宗)이 1886년의 아관파천 이후 1년 만에 환궁한 데다, 러·일 간에 조선 공동보호령을 골자로 하는 ‘로바노프-야마가다 의정서’를 체결하여 한반도에서의 이권 확보에나 관심을 기울일 뿐이었소. 조금 뒤의 일이지만 1904년 러일전쟁에서는 아예 일본에 패전했고 말이오.

미국도 영국, 프랑스 등과 더불어 한성에 공사관을 두고는 있었소. 하나, 그들 역시 조선반도에서의 이권 확보에나 관심을 둘 뿐 드라마에서처럼 다수의 해병대를 주둔시키고 일본에 무장시위를 할 정도는 아니었소. 그러니 미국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는 가당치 않은 소리고 역사 왜곡이라는 것이오. 더군다나 후대의 시선으로 보자면 미국은 꽤나 밉상이었소.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전인 1871년 신미양요로 많은 조선 신민의 피를 흘리게 했고, 일본과 ‘태프트-가쓰라 밀약’이란 것을 체결하여 각각 필리핀과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상호 교환했으니 말이오.

아무튼,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고종 정부의 드라마 속 행태는 복장이 터질 지경이더이다. 신하 중에서는 궁내부대신 한 사람을 빼면 모두 친일매국노 이완익의 눈치나 살피며 전전긍긍이니 나라 자체가 지리멸렬의 꼴이었소. 본디 드라마라는 것이 시간적 제한과 몰입을 위해 과장과 축소에 버젓하기에 부러 역사책을 찾아보았소. 더러 의기 있고 애국, 충심 깊은 신하도 있었소만 친일이니 친러니 친청이니 하며 갈라져 벌이는 꼴사나운 행태는 지리멸렬이 맞았소.

보아하니 드라마 작가의 의도는 대한(大韓) 민초의 고난과 투혼을 말하려는 것 같소이다. 그 중심에 ‘제국익문사’라는 황제의 비밀정보기관을 두고는 있지만 주인공은 역시 직위 없고 이름 없는 이들이오. 더욱 공감 가는 것은 민초라 하여 오직 핍박받는 하민(下民)만이 아니라 초야의 선비, 원죄를 짊어진 후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득권을 아우르는 것이었소.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도륙을 낼 듯 살벌한 세태에 희망의 작은 불씨 같기도 해서 말이오.

이제 드라마를 지렛대로 어제를 살펴 오늘을 생각해보는 것도 아주 의미 없지는 않을 듯싶소이다. 그 무렵, 대한의 가장 중(重)한 적이 일본이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오. 참 오래도록 마뜩잖은 이웃이었소. 고대로부터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으나 도적질이 보답이더니 마침내 전쟁을 일으켜 조선의 산하를 피로 물들였소. 힘겹게 내쫓아 이웃으로 지켜봤더니 300여 년 만에 다시 이빨을 드러내 기어이 대한을 식민지로 삼아 수탈했소. 다시 상종하기 싫으나 땅이 이웃이니 어쩔 도리가 없구려. 다만 오늘에 이르러서는 국제관계나 공유하는 이념으로 보아 감히 직접적인 영토욕의 침탈은 행하지 못하게 된 듯싶어 다소 위안이 되기는 하오.

청나라로 칭하던 대륙의 그들은 어떤 것 같소.5000년도 더 되었을 것이오. 문명의 교류가 있었고, 이웃이기는 하나 역시 내내 편치 않았소.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생색이며 위세가 어찌나 대단하던지, 역사책을 보면 결코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이들 아니오. 영토욕은 더구나 말할 것도 없더이다. 사방 가리지 않고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멈추지 않은 그들이었소. 따져보면 한반도의 역사가 오롯이 이어져 온 것은 그들의 호의가 아니라 삼킬 수 없는 끈질긴 저항의 결과이더이다. 그럼 오늘은 어떠하오. 얼마 전 우리의 도움이 절실했던 한동안 그들은 참으로 우호적이었소. 그러나 저들의 힘이 커지자 어찌 변하였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온갖 수단으로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분노를 넘어 역겨울 지경이 아니오. 그래도 먹고살려면 관계를 지속하기는 해야겠지만 머리를 조아리면 그만큼 더 뒷덜미를 누르리라는 것은 자명한 바이니 한시도 잊지 말고 의연해야 할 것이오.

러시아는 어떠하오. 그 무렵 시작된 우리와의 관계는 분단과 전쟁에서 정점을 찍었고, 북방외교 이후 돌아섰지만 아직은 변방 정도라 해야 할 것이오. 이념과 체제라는 한계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익 여하에 따라서는 이념이나 체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들이오. 서쪽에서는 영토욕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동쪽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으니 한반도의 통일도 아주 받아들이지 못할 바는 아닐 듯싶고 말이오.

이제 미국이오. 그때도 밉상이었고 요즘도 그런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소이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영토욕이라는 면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닌가 싶소이다. 반세기 넘도록 함께 해온 이념과 체제는 그 무렵에는 꿈꿀 수 없던 인권과 자유를 우리의 가치가 되도록 했고, 유례없는 번영의 동반자이기도 했소. 일본이나 중국은 여하간 껄끄럽고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오. 그 마찰에 미국만큼 좋은 윤활제가 되어줄 나라가 또 있을까 싶소.

어찌 또 그때처럼 서로의 관계가 첨예한 오늘이오. 안으로는 편을 갈라 으르렁거리는 것도, 밖으로는 전전긍긍하는 것도 비슷해 보이고 말이오. ‘미스터 션샤인’ 1부에 이런 장면이 있더이다. 신미양요에서 포로로 잡은 조선 신민을 조건 없이 석방하며 ‘미국은 정의로운 나라’ 운운하니 이완익이 ‘지랄, 퉁수…’ 욕하고는 ‘이케 되면 역시 일본인가?’ 하며 고개를 갸웃하더이다. 침략과 정의는 상반되니 욕먹을 밉상이기는 하오. 그렇다고 반역의 길을 택하는 어리석음이라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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