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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성 칼럼] 국민의 눈높이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인사 기준도 문제지만 청와대 인식이 더 걱정…국민이 정녕 두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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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후보자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은 예상됐던 바다. 유 장관이 여느 장관 후보자들보다 의혹과 흠결이 많고, 그 종류가 다양했던 것도 사실이다. 딸 위장 전입에다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 남편 재산의 축소 신고, 피감기관 사무실 불법 임대와 월세 대납, 59건의 교통법규 위반까지 온갖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야당의 지적대로 ‘범법 소지가 다분한 비리 백화점의 전형’으로 장관 자질의 의심케 하는 문제일 수 있다. 반면 여당의 비호대로 과거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결정적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이 반대하든 말았든 법적 권한대로 대통령은 유 장관을 임명했다.

유 장관 임명 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은 ‘유은혜 2차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미 취임한 유 장관의 자격을 놓고 여야가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급기야 여야 원내총무가 삿대질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충돌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 와중에 유 장관은 만만찮은 ‘내공’을 과시하려는 듯 시종일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어쨌든 유 장관은 혹독한 ‘국회 신고식’을 치르고, 장관실로 돌아갔다. ‘이럴 바에야 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청문회 무용론이 또 제기됐지만 볼멘소리처럼 잦아들었다.

유 장관의 후보자 지명과 임명 강행은 유감이다. 그런데 여전히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건 이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청문 절차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의 반대가 “국민 다수의 여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선을 넘어선 위험한 이야기다. 이 발언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논란이 일자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변인 논평은 좀 더 사려 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사과나 해명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유 장관은) 국민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다. 그에게 ‘국민 눈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또 ‘국민’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지 설명이 듣고 싶은 것이다.

선의로 해석하면, 그가 말하는 ‘국민’이란 당리당략에서 자유로운 일반적인 시민을 일컫는 것일 테고, ‘눈높이’란 보편적인 상식 수준을 말하는 듯하다. 말꼬리를 잡는 것 같지만 한번 따져 보자. 유 장관이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여기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더욱이 국민 눈높이는 대변인이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달 유 장관에 대한 여론조사(알앤써치) 결과는 적합 40.7%, 부적합 39.0%로 의견이 팽팽했다. 적어도 39%는 대변인의 인식에선 국민이 아닌 셈이다. 이들이 청문회 때마다 느끼는 건 상실감이고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국민 눈높이’란 말은 마냥 좋은 의미로, 별 생각 없이 동원되고는 한다. 사실은 조심해야 하는 표현이다. 과거에 민도(民度)라는 말을 썼지만 뉘앙스가 좋지 않아 ‘국민 눈높이’로 순화해서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민도는 이른바 사회 엘리트층이 우매한 민중을 바라보는 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거 각종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같은 잡음이 나오면 ‘민도가 어쩌고 저쩌고…’하며 국민 탓을 하곤 했다. 국민 눈높이라는 말의 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춰…”라는 말을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트집은 그만 두고 말때가 묻지 않은, 국민들 스스로의 눈높이 내지 시민의식으로 돌아가 보자.

2년 전 전국의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집회의 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와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 그리고 ‘균형 잡힌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촛불집회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과연 지금 정부는 그 열망을 얼마나 실현해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열성적 지지자들 외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거두고 실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촛불집회 이후 협치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제도’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논란은 언제나 유용하다. 다만 촛불집회가 시민의식 내지 국민의 눈높이를 확인시켜준 것이었다면, 지금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고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일을 역사적 소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벌써 촛불의 의미를 빛 바랜 추억의 장으로 접어놓은 건 아닐 게다. 중앙권력뿐 아니라 지방 여권 세력의 소소한 행태까지 보고 있자면 우려를 넘어 한숨 나오는 일이 적지 않다. 어느덧 촛불집회 2주년을 맞이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앞세운 청와대 대변인의 무심한 발언이 유난히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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