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무성 칼럼] 국민의 눈높이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 인사 기준도 문제지만 청와대 인식이 더 걱정…국민이 정녕 두려운지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유은혜 후보자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은 예상됐던 바다. 유 장관이 여느 장관 후보자들보다 의혹과 흠결이 많고, 그 종류가 다양했던 것도 사실이다. 딸 위장 전입에다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 남편 재산의 축소 신고, 피감기관 사무실 불법 임대와 월세 대납, 59건의 교통법규 위반까지 온갖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야당의 지적대로 ‘범법 소지가 다분한 비리 백화점의 전형’으로 장관 자질의 의심케 하는 문제일 수 있다. 반면 여당의 비호대로 과거 장관 후보자들에 비해 결정적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이 반대하든 말았든 법적 권한대로 대통령은 유 장관을 임명했다.

유 장관 임명 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은 ‘유은혜 2차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미 취임한 유 장관의 자격을 놓고 여야가 한바탕 소란을 벌였다. 급기야 여야 원내총무가 삿대질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충돌하는 사태를 빚었다. 이 와중에 유 장관은 만만찮은 ‘내공’을 과시하려는 듯 시종일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어쨌든 유 장관은 혹독한 ‘국회 신고식’을 치르고, 장관실로 돌아갔다. ‘이럴 바에야 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청문회 무용론이 또 제기됐지만 볼멘소리처럼 잦아들었다.

유 장관의 후보자 지명과 임명 강행은 유감이다. 그런데 여전히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건 이 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인식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청문 절차에 반대하는 야당의 뜻을 일반 국민의 여론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의 반대가 “국민 다수의 여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선을 넘어선 위험한 이야기다. 이 발언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논란이 일자 결국 이낙연 국무총리는 “대변인 논평은 좀 더 사려 깊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사과나 해명보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유 장관은) 국민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인 하자가 없다”는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다. 그에게 ‘국민 눈높이’는 어느 정도인지, 또 ‘국민’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지 설명이 듣고 싶은 것이다.

선의로 해석하면, 그가 말하는 ‘국민’이란 당리당략에서 자유로운 일반적인 시민을 일컫는 것일 테고, ‘눈높이’란 보편적인 상식 수준을 말하는 듯하다. 말꼬리를 잡는 것 같지만 한번 따져 보자. 유 장관이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여기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거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더욱이 국민 눈높이는 대변인이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달 유 장관에 대한 여론조사(알앤써치) 결과는 적합 40.7%, 부적합 39.0%로 의견이 팽팽했다. 적어도 39%는 대변인의 인식에선 국민이 아닌 셈이다. 이들이 청문회 때마다 느끼는 건 상실감이고 상대적 박탈감이다.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국민 눈높이’란 말은 마냥 좋은 의미로, 별 생각 없이 동원되고는 한다. 사실은 조심해야 하는 표현이다. 과거에 민도(民度)라는 말을 썼지만 뉘앙스가 좋지 않아 ‘국민 눈높이’로 순화해서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민도는 이른바 사회 엘리트층이 우매한 민중을 바라보는 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과거 각종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같은 잡음이 나오면 ‘민도가 어쩌고 저쩌고…’하며 국민 탓을 하곤 했다. 국민 눈높이라는 말의 용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춰…”라는 말을 원천적으로 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트집은 그만 두고 말때가 묻지 않은, 국민들 스스로의 눈높이 내지 시민의식으로 돌아가 보자.

2년 전 전국의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집회의 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와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 그리고 ‘균형 잡힌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 촛불집회의 열망으로 탄생했다. 과연 지금 정부는 그 열망을 얼마나 실현해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의 열성적 지지자들 외에 많은 국민이 기대를 거두고 실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는 ‘촛불집회 이후 협치를 위한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소홀한 결과’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제도’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논란은 언제나 유용하다. 다만 촛불집회가 시민의식 내지 국민의 눈높이를 확인시켜준 것이었다면, 지금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고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일을 역사적 소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벌써 촛불의 의미를 빛 바랜 추억의 장으로 접어놓은 건 아닐 게다. 중앙권력뿐 아니라 지방 여권 세력의 소소한 행태까지 보고 있자면 우려를 넘어 한숨 나오는 일이 적지 않다. 어느덧 촛불집회 2주년을 맞이하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앞세운 청와대 대변인의 무심한 발언이 유난히 가슴에 아프게 꽂힌다.

논설주간 jcp1101@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근교산&그너머] <1485> 경북 영주 ‘무섬길’
  3. 3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4. 4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5. 5“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8. 8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9. 9“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10. 10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1. 1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2. 2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3. 3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4. 4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5. 5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6. 6“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7. 7김대식, 조작기소법 졸속 처리…“부산글로벌특별법도 조속 처리해야”
  8. 8‘내란 부정’ 국힘 김태규 제명촉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의결
  9. 9與 ‘조작기소특검법’ 5일 처리 추진…국힘 “모든 안건 필버”(종합)
  10. 10국힘 “미래기금, 총선용 사금고” 민주 “세수 변동 대비 안전장치”
  1. 1비스텝 원장 6개월 공석 될 판…내년 사업 어쩌나
  2. 210월 세계 선박 발주량 반토막…韓 점유율은 22% ‘존재감’
  3. 3철새도래지서 즐기는 하이엔드 커피
  4. 4고속철도 통합 이후 하루 32만 명 탑승… 전년 동기보다 12.6% ↑
  5. 5쿠팡 Inc 올해 누적적자 2조 육박 ‘역대 최대’(종합)
  6. 6벡스코 ‘26분 정전’ 원인은 합선…노후 전력설비 개선 추진
  7. 7대양전기공업 배당성향 30%로…주주가치 제고
  8. 8美 의회 장악 민주, AI 규제하나…韓 반도체 업계 촉각
  9. 9가상자산 소득 2029년부터 과세…정부, 또 '2년 유예' 결정
  10. 1030대그룹 美 계열사 10년새 232% 급증
  1. 1부산불꽃축제 숙박비 2배가 기본…여전한 ‘바가지’(종합)
  2. 2“북항돔 공모사업 목숨 걸고…” 전재수 시장 완수 의지 밝혀(종합)
  3. 3태종대 명물 다누비 사라지나…市, 대체 운송수단 검토
  4. 4尹 선거법 2심도 ‘당선 무효형’…형 확정 땐 국힘 397억원 반환(종합)
  5. 5“양산 충렬사·현충시설 관리인, 10년 연속 특정인 선발 특혜”
  6. 6[속보]만취 승용차로 가게 돌진, 현장에 차 두고 집에서 자던 40대 검거
  7. 7기장 리조트 참사 시공사 대표 중형 구형
  8. 8“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9. 9“농어촌 기본소득 신청 8개 郡 기회 박탈”(종합)
  10. 10전남광주 순천대·경북 경국대 ‘지역의대’ 신설
  1. 1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2. 2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3. 3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4. 4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5. 5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6. 6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7. 7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8. 8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9. 9[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10. 10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