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 23조 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셀트리온그룹은 회사 설립 첫해인 2002년만 해도 ‘40대 퇴직자와 소액주주 10여 명이 만든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이 퇴직자는 1992년 34세의 나이로 당시 대우그룹 최연소 임원 자리에 올랐다가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된 후 1999년 퇴사한 서정진(61) 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서 회장은 17년 전만 해도 현재 셀트리온의 주력 분야인 바이오 관련 기술이나 지식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그런 서 회장을 두고 ‘뛰어난 선구안으로 미래 유망 분야에 뛰어든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한다.
셀트리온의 과거사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셀트리온의 성장 로드맵 ‘비전 2030’이 17년 전 서 회장의 신시장 개척 의지와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청에서 로드맵을 직접 발표한 서 회장은 “5000만 원의 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한 셀트리온이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석권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며 “인천시 등과 협의해 2030년까지 바이오와 케미컬(화학) 의약품 산업에 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셀트리온의 본사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일부 공기업을 제외하면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이나 매출 규모(지난해 기준 9820억 원)는 인천 소재 기업 중 단연 1위다.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 비관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 대표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었다. 경제계는 르노삼성의 파업 여파를 하루라도 빨리 극복해야 하는 와중에 합의안이 부결되자 망연자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종과 규모가 다른 두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면 부산과 인천 경제의 실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쪽은 미래 청사진을 기대하지만 다른 한 쪽은 주력 산업의 붕괴를 우려한다. 그렇다고 셀트리온과 SK하이닉스(경기 용인) 등 최근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마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르노삼성발 위기를 조속히 극복해 지역 자동차 산업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부산 산업계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시장 개척에 지금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부산이 ‘제2의 경제도시’ 타이틀을 가져 올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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