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달 유럽 3개 도시 순방 당시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와 ‘스테이션F’를 찾았다. 리브고슈는 센강 왼쪽 연안에 있는 철도 부지 인근 낙후 지역을 파리의 중심으로 탈바꿈시켜 도시재생에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스테이션F는 리브고슈 개발지구 내에 있는 스타트업 양성기관이다. 원래 기차 역사였다가 20년 가까이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꾸며 현재 1000여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부산시는 부산역 일대 철도시설 재배치 사업을 앞두고 있다. 2030년까지 부산진역 컨테이너야적장과 부산역 조차 시설 이전 등을 통해 부산역 일원 철도 부지 29만 ㎡의 기능을 재편하는 사업이다. 도심 철도시설 재배치에 따라 생기는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심해야 한다. 시가 오래된 철도 시설을 성장 동력으로 삼은 리브고슈를 직접 찾아 들여다 본 이유다.
지난 19일 개관한 ‘부산 유라시아 플랫폼’은 부산역 일대 재생과 창업 밸리 조성을 위한 거점 시설이다. 부산을 찾는 기업과 연구기관, 투자자 등이 플랫폼에 모여 협업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하지만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은 한 곳도 없다. 버려진 공간이었던 스테이션F와 달리 부산역은 사람의 이동이 끊이지 않는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보안 유지가 필요한 기업 사무실은 부산역 인근 빈 사무실에 입주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의 설명대로라면 플랫폼은 스타트업을 한데 모아 기업의 성장을 돕는 ‘창업 밸리’의 핵심 시설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제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는 전적으로 이용자에 달렸다. 단순히 거대한 ‘대관 시설’이 될지, 지역 창업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시설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이들에게 부산역의 메리트는 무엇인지 채워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39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치고 이렇게 뚜렷한 계획이 없는 사업은 보기 드물다.
철도시설 재배치가 완성되는 2030년까지 플랫폼의 성패는 오로지 콘텐츠의 싸움이 됐다.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은 노숙인과 비둘기를 쫓고 들어선 ‘깔끔한 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사회부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