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을 보면 예전에 유행했던 콘텐츠가 현재의 시대 감성을 더해,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 트렌드가 눈에 띈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뉴트로를 통해 거리가 부쩍 가까워지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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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음악 특유의 즉흥성을 잘 살리는 국악 그룹 악단광칠 공연 모습. 악단광칠 제공 |
필자는 얼마 전 가수 신바람 이박사님과 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함께 연주한 적이 있다. 신바람 이박사는 신시사이저 음향과 빠른 리듬 반주에 맞춰 특유의 추임새로 노래한 이른바 고속도로 메들리 음악으로 1990년대 중반 일본 소니뮤직레코드사와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전속계약을 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원조 한류 가수라 할 수 있다. 오랜 공백기를 거친 그는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와 B급 감성 붐으로 다시 소환된 가수 중 한 명이다.
게스트로 출연하기 위해 온 그와 대기실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게 악기를 좀 보여줄 수 있겠냐고 했다. 놀랍게도 그는 국악기 피리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남사당패였던 아버지와 경기민요를 하신 어머니 그리고 서도소리를 한 큰형님이 있어 늘 국악을 듣고 자란 배경을 듣고 의문이 풀렸다. 그는 나에게 창부타령 한 가락을 청하더니 즉석에서 불렀다. 그의 구성진 민요 실력은 놀라웠다. 그의 음악적 바탕에 있는 민속음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위 뽕짝이라고 하는, 트로트 장르에 이를 접목해 자신만의 개성으로 만든 것임을 알게 됐다. 생방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음악은 모든 것이 즉흥이었다. 심지어 흥이 오르니 자진뱃노래로 쓱 옮겨가는 것 아닌가? 어린 시절 보았던 남사당패의 즉흥성이 살아있는 판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고 있었다!
전통음악에서 즉흥성은 20세기 초반 민속악 산조 명인들의 가락에서 잘 나타난다. 달 밝은 밤 스승이 연주한 그 가락을 배우고 싶어 다음날 제자가 여쭤보면 지난밤 그 가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대답이 비일비재하였다고 한다. 즉, 연주자 자신이 작곡자가 되어 즉흥으로 머릿속 가락을 구성하고 연주했는데, 제자들 또한 스승에게 배운 가락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새롭게 연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음악의 특징은 이후 다양한 유파의 산조가 생겨나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대학에 국악과가 생기면서 교재로 출판된 산조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이 고착화되며 산조는 점점 고정 선율화 되었다.
이후 즉흥성이 살아있는 음악에 대한 갈증은 무속 음악에 국악 엘리트 교육을 받은 연주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나타난다. 즉흥성과 현장성이 살아있는 굿판의 음악을 새롭게 재구성해 무대음악으로 연주하는 ‘블랙스트링’ ‘악단광칠’과 같은 국악 그룹의 음악이 월드뮤직 장르로 해외에 소개되면서 그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옛것에서 발견되어 재생산되고 향유되는 뉴트로 열풍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올곧게 간직한 전통음악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