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은 운 7, 기 3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운 7, 복 3이라고 말하는 이가 많다. 인생은 온통 재수라는 뜻이다. 슬픈 이야기다. 세상 삶을 보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닌 탓이다. 출생만 봐도 그렇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다. 하지만 집안 배경은 세상을 편리하게 사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삶이 마음먹은대로 풀리지 않으면 타고난 복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게 인생사인 탓이다.
대신 노력 없이 큰 대가를 얻는 이에게는 뭇사람의 시기와 질투가 쏟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특권과 반칙으로 여긴다.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곧 사회 갈등으로 이어진다.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심하다. 사회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사회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지 못해 빚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욕망을 포기할 수 없는 것 또한 사람이다. 신분 상승의 욕구는 목숨이 붙어있다는 증거라고나 할까. 사람은 누구나 비슷하다. 하다가 하다가 안 되면 요행을 꿈꾼다. 삶이 팍팍하면 할수록 더욱더 그렇다. 대표적인 게 복권이다. 2002년 로또복권을 처음 판매하면서 내건 광고가 ‘인생역전’이다. 복권은 오로지 운이 당첨 여부를 결정한다. 당첨확률은 지극히 낮다. 로또의 경우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벼락 두 번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는 법. 복권은 극소수에게 돈 몰아주기 게임이다. 복권의 판매액 대비 당첨금 비율은 대략 50%라고 한다. 소수에게 거액의 당첨금을 주고도 수익이 한참 남는 구조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손해를 본다. 여기에도 상대적 박탈감은 생긴다. 그만큼 더 집착한다. 또 쉽게 얻으면, 쉽게 잃는 것이 세상사다. 공짜의 뒤끝이 안 좋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로또 1등의 저주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복권 당첨 후 불행해졌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복권을 사고 또 산다. 삶이 힘들고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오죽했으면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복권에서 찾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복권을 찾게 만드는 우리 사회가 슬프고, 불편한 이유다.
코로나19로 비상시국인 요즘 복권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6208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복권위원회가 상반기 기준 복권 사업 실적을 공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불황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