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예술의 화두는 ‘융합’일 것이다. 음악 미술 춤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형식이나 장르를 탈피한 자유로운 시도와 융합으로 새로운 다원예술 작품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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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필자도 참여한 ‘피리 클라리넷 피아노 타악기 편성의 현대음악 4중주곡’(조희주 작곡) 초연 모습. |
그중 한국 창작음악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아르코(ARCO) 한국창작음악제의 양악 부문에서 지난해 위촉 작곡가 조은화의 곡 ‘정선아리랑’과 선정 작곡가 이문희의 ‘오케스트라와 한국의 국악기 협연곡’이 눈에 띈다. 예술의 융합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러한 클래식과 국악의 폭넓은 융합이 꾸준히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쇼팽과 리스트가 고국인 폴란드와 헝가리의 민속음악을 서양의 작곡어법으로 작곡한 곡이 지금은 세계인이 즐기는 고전이 되지 않았는가?
지난주 필자는 피리·클라리넷·피아노·타악기 편성의 현대음악 4중주곡을 초연하였다. 이 곡을 작곡한 조희주(부산대 명예교수) 작곡가는 유학 시절 유럽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했으나 귀국 뒤 교단에서 조성 음악을 가르치느라 현대음악 기법으로 작곡한 국악곡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글에도 행간의 의미가 있듯 음악 또한 그러하다. 이 곡은 하나의 음에서 낼 수 있는 소리의 질감과 미분음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서 연주자에게 자유로움을 부여해주면서 클라리넷과 피리의 선(線)적인 음향의 흐름과 조화를 강조한 현대음악 작품이다. 이 곡을 통해 작곡자와 연주자는 교류하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20세기에는 기성 조성 음악에 대한 반발로, 다양한 현대음악이 세상에 발표됐는데 그 중심에는 한국인 최초로 유럽 음악계에 명성을 떨친 작곡가가 있었다. 바로 윤이상(1917~1995)이다. 그는 동양의 음악관과 유럽 음악의 예술적 융합으로 현대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곡가이다. 그는 작품 전반에서 호흡의 주기로 연주하면서, 정적인 가운데 곡선으로 흘러가는 한국음악의 심상과 음향을 국악기 없이 서양 악기로 구현하려고, 미분음을 비롯한 모든 세밀한 음을 악보로 구체화했다. 그래서 윤이상 음악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윤이상은 자신의 음악을 잘 연주하려면 한국 궁중음악, 중국의 오래된 음악을 꼭 들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필자는 국악기로 현대음악을 연주할 때 작곡자가 요구하는 국악 요소를 찾아 서양 어법으로 구현한다. 한음을 장인(長引)하며 내는 소리의 방향성과 속도, 미분음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음향 변화로 다른 악기와 조화를 만들어가는 이런 작업에서 장르 구별은 의미가 없다. 예를 들면 성악가의 레퍼토리인 조두남 작곡 ‘뱃노래’는 민요 장단과 선율적 요소를 담아 성악 발성으로 부르는, 국악적인 요소를 잘 녹인 작품이지만 국악은 아니다. 동서양 고전음악 예술가들 간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교류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