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지인과 만났다. 답이 없는 ‘취뽀(취업에 성공한다는 뜻)’ 이야기를 나눴다.
지인은 인턴 자리라도 얻고 싶다고 했다. 인턴은 대기업·중소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스펙이다. 그래서 취준생에게 인턴은 금턴이다(금처럼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지방 취준생에게 인턴은 다른 의미로 금턴이다(돈이 든다). 인턴은 주로 서울에서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나 본사가 인프라가 잘 구축된 서울에 위치해서다. 따라서 지방 취준생은 인턴 스펙을 위해 서울에서 잘 곳을 구하고,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불확실한 일자리와 미래를 위해 사는 곳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인턴이 끝나면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취업을 위해 서울을 못 떠난다. 일이 없는 동안 지방 취준생은 생존 문제에 직면한다. 인적 자본이 없는 것도 문제다. 작은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려면 수도권 인맥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등 소기업은 공채보다 지인을 통해 사람을 뽑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꿈과 직업을 찾는 일이 지방 취준생에게는 난제다. 자금과 사회적 인맥이 없으면 당장 지방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면 일자리가 없다. 인턴 자리, 비정규직 일자리 모두 ‘돈’과 ‘사는 곳’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진리다. 지방 취준생에게 지방은 도태된 곳일 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이 없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야 한다. 이러한 취준생의 사정은 필자가 또래와 이야기할 때 더욱 피부로 느낀다. 취업 준비를 이야기할 때 탈부산에 대한 이야기가 하염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일자리와 미래를 위해 나고 자란 곳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 고령화와 청년 유출 문제를 겪는 지역이 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청년 유출이 경제가 죽고 지역이 도태되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지방 취준생에게는 생존과 직결됐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사는 취준생은 이러한 고민을 한다. 하지만 지방 취준생의 고민은 사적인 문제일 뿐이었다. 지방 취준생의 속사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국제신문의 기획이 더욱더 반가웠다.
올해 초반 국제신문은 지방 취준생의 고민을 사회에 처음으로 가시화했다. ‘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기획에는 지방 취준생의 진솔한 고민이 담겼다. 다양한 삶을 사는 평범한 지방 취준생들의 취업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부산에서 원활한 채용과 취업, 창업이 안 되는 이유도 짚어냈다. 부산에서 사회,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키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 분석한 기사를 냈다. 최근에는 ‘청년 지금이야말로’ 기획도 연재하고 있다. 일자리를 위해 떠밀려 수도권으로 가는 청년들 이야기를 담았다.
지방 취준생이 겪는 취업난을 지역지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취업난은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다만, 지방 취업 문제는 구조의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갈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학자들은 한국의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하고 혁명에 가까운 분권 정책이 필요하다고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수많은 논문이 나왔지만, 정작 실현되지 않는다. 많은 정책도 이미 실패했거나 입법조차 되기 어렵다. 즉, 지방 취업난은 장기간의 모험이다.
지방 취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지방 분권 정책 실행과 수도권 인프라·인구 과밀화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 국제신문 기획으로 어렴풋이 지역지의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다. 지방 취준생으로서, 이번 기획들이 참 반가웠다. 지방 취준생이 하는 고민을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로가 됐다.
신문은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역사는 거창하지 않다. 사회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타인에게 들려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역사는 만들어진다. 역사를 만들고, 기록하는 것이 신문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다. 앞으로 지방 취준생을 위해 국제신문에서 만드는 역사의 흔적이 기대된다. 독자권익위원·부산대 4학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