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김군’과 국제신문 ‘10월의 트라우마’ /김유진

  • 김유진 독자권익위원
  •  |   입력 : 2020-10-27 19:45:5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을이면 부산을 흥성거리게 했던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 제25회 BIFF는 확실히 예년보다 조용하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라고 문화예술을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마련한 ‘커뮤니티 비프(BIFF)’는 시민이 프로그래머가 되어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른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가짜뉴스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김군’을 상영했다.

‘김군’은 80년 오월, 광주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한다. 트럭에 올라탄 채 총을 들고 매서운 눈으로 돌아보는 남자. 전직 대령인 지만원 씨는 얼굴 윤곽선을 연결하면 마치 지문처럼 신원을 구별해 낼 수 있다면서 이 남자를 30년이 지난 뒤 북한의 농림상이 된 인물로 지목했다. 광주항쟁 북한 개입설이다. 정말일까.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장이지만, 사진 속 실제의 남자를 찾지 못하면 마땅히 반박하기도 어렵다.

광주가 민주항쟁의 상징적인 도시가 되기까지 ‘당시 광주에 공동체를 유지할 민주주의의 근간이 있었다’고 대다수 시민이 협의한 과정이 있다. 그럼에도 때로 기록으로 남지 않은 기억은 이렇듯 허술한 주장 앞에서도 쉬이 왜곡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

지난 10월 16일 자 국제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부마항쟁 피해자를 위한 트라우마센터 건립 필요성을 다뤘다. ‘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시리즈가 항쟁 참여자의 증언을 토대로 제대로 된 기록에 매진한 게 벌써 3년째다. 부마항쟁이 뒤늦게나마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기획을 마무리한 줄 알았는데 올해 또 기록을 이어가는 꾸준함이 돋보인다. 대통령이 참석했던 지난해에 비해 기념식이 덜 주목받는 상황에서 지역언론이 부마항쟁에 무게를 두어 다루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갑기도 하다.

지금까지 연재 인터뷰 ‘10월의 트라우마’에서 만난 인물은 부마항쟁을 취재했던 경남매일신문 기자 강경수 씨와 당시 학내 시위를 주도했던 경남대 학생 정인권 씨다. 이들은 부마항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됐고, 고문 후유증을 앓고, 이웃들에게서 소외당하는 고통을 겪어 왔다고 말한다.

‘김군’에서도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 없어 평생 농군으로 살았다는 이, 당시 기억을 상기하는 인터뷰를 하고 나면 오늘 밤에는 또 잠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이, 그때 죽은 동료가 나 대신 죽었다는 죄책감을 수십 년째 안고 사는 사람. 항쟁 당시 피해가 덜 심각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부마항쟁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사는 피해자들이 있다. 국제신문은 6명의 사례자를 심층 인터뷰할 계획이라고 한다.

영화 ‘김군’은 예상보다 더 흡인력이 있었다. 영화를 만든 감독도, 관객인 나도 80년 광주 이후에 태어났기에 역사 속 사건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당시를 살았던 인물들의 인터뷰를 듣고 김군을 추적해가며 그때 광주의 사람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 사람들이었다는 걸 느꼈다. 그럴수록 광주는 가까이 다가왔다.

강단이 느껴지는 눈빛, 장갑차를 운전하고 기관총을 다루며 리더 역할을 했던 김군은 넝마주이였다. 무고한 시민이 총을 맞고 죽는 걸 보고는 기꺼이 온몸으로 항의하다가 결국 군인에게 목숨을 잃었다. 김군이 나서도록 한 건 뭘까. 개인의 서사를 통해 항쟁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부산지역에 민주화의 기억을 담은 사료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영화를 보며 흩어져 있는 사료를 모으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박제된 기억이 아니라 시민이 접근하기 쉽게 현재적 의미를 찾아 활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사료관이 건립되었으면 한다. 이런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도록 보도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변화지원팀장·독자권익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2. 2[속보]트럼프 노벨평화상 불발에 격앙 “8개 받았어야”
  3. 3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4. 4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5. 5푸틴과 손잡은 트럼프, 러시아 경유 공급키로…대러 제재 완화
  6. 6‘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7. 7“여기가 이란이냐” 美 총기난사범 사형 온라인 생중계 앞두고 비판 속출
  8. 8[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9. 9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10. 10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1. 1與 “한동훈 딸 수사 덮었나”…법무장관 당시 수사개입 의혹 공세
  2. 2국힘 “李 대통령, 北 저자세 정동영 즉각 경질하라”
  3. 3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4. 4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5. 5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6. 6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7. 7‘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8. 8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9. 9“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10. 10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9.5원… 전주보다 1.3원 ↓
  2. 2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6. 6[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7. 7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8. 8‘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9. 9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10. 10최태원 회장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흐려져…가끔 비 내리는 곳도
  2. 2중동 바퀴벌레 부산에 터 잡았다…감만항에 바글바글
  3. 35t건설기계로 용접 작업자 들이받아 숨지게 한 무면허 운전자 징역 1년
  4. 4‘갑자기 와르르’ 대구 마트 천장 붕괴에 36명 다쳐
  5. 5[속보]법원 선처 받아 출소한 날 택시기사 얼굴에 주먹 휘두른 50대
  6. 6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7. 7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8. 8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9. 9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10. 10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