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이어 전문 업체 ‘타이어뱅크’의 한 가맹점 업주가 고객 자동차 타이어 휠을 일부러 파손한 뒤 교체를 권유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타이어 휠을 파손하는 영상이 공개된 후 유사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타이어뱅크 가맹점 외 다른 곳의 전·현직 직원들이 다른 점포에서도 본사의 매출 압박에 영향을 받아 유사한 행위가 수도 없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수법까지 폭로했다. 소비자가 불매운동까지 할 조짐을 보이자 타이어뱅크 본사는 가맹점주 한 사람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나아가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직접 배상의 뜻을 밝히며, 업주와의 가맹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꼬리자르기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전국에 400여 개의 타이어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1위 자동차 타이어 전문점이다. 규모가 커서 한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본사의 주장처럼 이번 사건이 가맹점주 한 사람의 개인적 일탈이라면 타이어뱅크 가맹점 전부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은 선의의 가맹점주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폭로처럼 이번 사건이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한 가맹 계약에서 비롯된 매출 압박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타이어뱅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이전에도 이 업체는 다른 타이어 전문점과는 달리 가맹점 형태로 운영하고, 사업주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본사 대신 가맹점에 매출 압박을 가하고 직원을 감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맹점 전체로 불매운동이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 일로 이 업체와 가맹점이 받는 타격은 상당할 것이다.
같은 시기 국내 굴지의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을 이유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3개의 가맹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가맹 브랜드 운영과 별도로 본사 직영으로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올리브영 롭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서도 가맹점과 동일한 제품을 공급한다. 온라인몰과 대기업 스토어에 공급하는 가격이 가맹점 공급가보다 싸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가맹점 매장에서 제품 테스트까지 해본 후 나가면서 휴대전화로 본사 직영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가격과 규모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맹점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이렇게 해서 최근 2년 사이에 사라진 가맹점이 전체 2257개 중 661개로 30%에 이른다고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굴지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하고, 세계시장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국내에서 가맹 브랜드 사업에 성공한 힘이 바탕이 됐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소규모의 가맹점들이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있게 한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가맹점은 온라인몰과 대기업 스토어에 밀려 거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도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몰이나 대기업 스토어 등에서 판매한 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니면 업종을 불문하고 소매업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편의점, 식음료, 화장품, 미용실, 심지어 자동차 정비업까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한다. 그런데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계약 관계는 여전히 불공정하다. 본사가 부당한 물품 구매를 강요하고,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광고비를 부과하는 등의 온갖 횡포를 부려도 가맹점은 계약이 해지될까 두려워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본사의 부당한 횡포에 가맹점은 제대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 가맹사업법 개정으로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공정을 해소해야 하겠지만, 본사 스스로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도 잘된다는 상생의 정신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