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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마주보는 얼굴들 /정익진

  • 정익진 시인
  •  |   입력 : 2020-11-03 19:22:4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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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얼굴 한번 봅시다. 영어로는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들이고 하나의 관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말들을 자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면대면의 일상이 비대면의 상황으로 자리 이동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 남는 부분은 두 눈동자이다.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 않던가. 초면의 사람들이 다짜고짜로 눈과 눈을 마주하기란 쉽지가 않다. 작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약간의 부담을 가진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해야만 하고 불안에 일렁이는 눈빛들이다. 굳이 이런 눈빛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그럴 이유가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아침숲길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국제신문 10월 29일 자 ‘아침숲길’을 읽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반가웠다. 당일 아침숲길의 필자가 플로리스트라 그런지 꽃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꽃향기가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 말들이다. 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면 어떨까. 필자의 말대로 어쩔 수 없이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있을지라도 최소한 서로의 눈빛은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잠시라도 따뜻한 눈빛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10월 29자 본지 21면, 13년 만의 애니 폐막작…‘단절의 시대’ 위로와 희망 전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접했다. 올해는 부산의 작가들에게도 부산국제 영화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비대면 조치에 따라 축제나 행사가 대폭 축소된 상황이라 이해 못 할 것도 없지만 어쩐지 좀 섭섭하기는 하다. 애니로 제작된 이 영화를 볼 수는 없었지만 실사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보았다.

다리가 불편해 바닥에서 생활해야만 하는 여주인공 조제가 연민을 자아내기도하고 설정이 조금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제가 이동해야 할 때는 할머니가 손녀 조제를 유모차에 싣고 끌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이들 남녀 주인공들의 가식 없는 투명한 모습들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조제를 업고 바다를 걷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과 “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깊은 바닷속에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혼자였으니까.” 이런 대사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말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장면에서 딱딱하고 모난 나의 마음 한구석이 스르르 녹아내림을 느낀다.

10월 21일 자 코로나 위기, BIFF는 ‘전환점’이라 읽는다. 최장기 BIFF 취재 기자가 본 코로나19 속 부산국제영화제 보도를 접했다. 주요 축제들의 축소라는 조치에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개·폐막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부대행사와 파티도 없다. 그야말로 사상초유의 사태다. ‘대면’의 기회와 계기를 없애고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이 속에 ‘전환점’의 심지가 숨어있다. 상영관 좌석의 25%의 관객만 수용하고 관객과의 대화(GV)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영화제를 여는 것은 힘들어하는 세계 영화인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또한 요산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부산작가회의가 주관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학축제, 요산문학축전(제23회)도 최대한 축소해 최대한의 효과를 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올해는 ‘마주보는 얼굴이 아름답습니다!’를 표어로 삼았다. 요산문학관 관장의 말을 들어본다. 이는 서로가 밀어내는 감정을 자제하고 소수자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자는 뜻이다. 즉 서로가 마주 향하는 행동은 사랑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연관을 강조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행동으로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보자는 취지를 전하고 있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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