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사실상 끝났다.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만 끝난 것이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아직 남아 있지만, 사실상 끝났다.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하여 국제신문의 조봉권 선임기자는 지난 5일 자 ‘국제칼럼’에서 싸움판 자체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판 자체를 흔들고 깨는 트럼프 진영의 재주는 대단하지만, 비전도 방향도 알 수 없고 국민 사이의 감정 골은 더 깊게 패이게 한 결과 앞에서 미국이 눈앞의 이익을 주워 담으면서 내리막 또는 추락의 입구로 접어드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썼다. 이호철 변호사는 지난 12일자 ‘생활과 법률’ 칼럼에서 ‘승자독식(Winner-takes-all)’이라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특이한 제도를 소개하면서, 그로 인해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는 져서 패배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음을 소개했다. 그것이 연방국가의 성격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그럼에도 선거 결과에 정확한 민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국제신문은 미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를 여러 차례 자세히 보도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국제칼럼’과 ‘생활과 법률’ 칼럼을 통해 미국 대선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쉽게 이해하도록 해 좋았다.
필자도 이번 미국 대선 개표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었다. 개표 전에 도박사들은 압도적으로 바이든의 당선에 베팅했는데, 선거 당일 개표에서 트럼프가 주요 경합 주에서 앞서가자 반대로 트럼프의 당선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 이틀 개표가 더 진행되자 사태는 다시 바이든의 당선으로 기울어졌다. 결국 바이든의 승리로 선거는 끝났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트럼프의 대응이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하고 대통령 당선인(President-elect)으로 호칭하기 시작했음에도 트럼프는 승복(Concession)하지 않았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해석이야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않은 모습임은 분명하다.
연방국가 소속의 각 주(State)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르다. 오히려 개별 국가에 가깝다. 각 주별로 주권을 향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주의 의사가 나뉠 수 없다. 그래서 각 주는 해당 주에서 다수표를 얻은 단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옳다. 승자독식 제도의 이론적 배경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 졌다. 이는 연방을 구성하는 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전국적 득표율에서도 졌다. 그런데 트럼프는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서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이라 부르기를 거부하고 정권 인계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선거전에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언론 기사가 있었다. 그중에는 그동안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했는데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에는 그것이 더는 자랑스럽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면서 온갖 비합리적인 힘의 논리를 국제관계에 적용해 왔다. 코로나 사태에도 정파적 이익에 눈이 멀어 과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했다. 코로나 사태를 해결해야 할 최고 책임자인 본인과 본인의 비서실장이 감염되기도 했다.
필자는 그와 같은 사태를 보면서 과연 미국이 민주주의의 상징이 맞는지, 미국이 과연 선진국이기는 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가진 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미국 대선의 결과와 그 이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류 보편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주장도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어긋나면 안 된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외면하더라도 일시 성공할 수는 있지만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변호사·법무법인 청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