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 체제의 기형적 국가다. 자치와 분권이라는 헌법정신은 고사했다. 수도권이 인구와 시설, 산업 기반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지방으로 통칭되는 비수도권의 사정은 갈수록 악화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나날이 커졌다. 수도권 일극 체제의 상징이자 국가 역량의 수도권 집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설이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의 비약적 성장은 인천국제공항의 확장과 직결됐다. 2001년 문을 연 인천공항은 2008년 2단계 사업인 탑승동 확장을 시작으로, 2018년 3단계 확장 사업인 제2여객터미널 개장 등을 통해 성장을 이뤘다. 여기에 정부는 김해신공항 건설에 부울경의 반대가 격렬했던 그해 말 인천공항 4활주로를 착공하며 4단계 확장사업에 들어갔다. 세계 3위의 관문공항을 꿈꾸는 인천공항에 사람(연간 여객 1억 명)과 물류가 모이고, 일자리가 생기면서 인천과 그 주변 지역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공항이라는 도시 발전의 플랫폼을 토대로 인천은 사실상 대한민국 2대 도시가 됐다. 지난해 국제신문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수도권 일극 체제의 중심에 인천공항에 올인하는 국가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동안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부산 울산 경남 800만 시·도민의 염원을 외면해 온 중앙정부가 내세운 논리 중 하나가 동남권 관문공항의 수요였다. 요약하자면 ‘부울경에 관문공항이 필요할 정도의 수요가 되느냐.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된다. 제2 관문공항 건설은 예산 등 국력 낭비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 내에서도 이 같은 인식에 사로잡힌 패배의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천에 사람과 물류가 넘쳐나 한국 제일의, 유일의 관문공항이 생긴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대한민국 유일의 관문공항이 있으니 인천에 사람과 물류가 모이고 지역경제가 호황을 누린다. 다시 말해 공항이 있어야 부산 울산 경남이, 나아가 비수도권에도 사람과 물류가 모이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남은 것은 진정한 의미의 동남권 관문공항을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에 오직 인천공항만 있으면 된다는 중앙집권적 발상부터 깨야 한다. 시작은 부산 지역사회의 단결이다. 그래야 울산과 경남이, 나아가 비수도권이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힘을 보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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