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국회의 법안 제·개정은 때론 의도하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다. 선거 때마다 시·도체육회가 정치 세력화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따라 당연직 회장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시·도체육회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하지만 민선 체육회장은 이어진 선거에서 오히려 체육계의 정치화가 심화되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온종일돌봄특별법’도 비슷하다. 현행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업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지자체가 돌봄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전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 법안은 교원단체와 돌봄전담사의 갈등을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돌봄전담사 일부는 지난달 6일 하루 파업을 벌인데 이어 조만간 2차 파업을 벌일 방침이다. 법안이 발의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단체는 돌봄교실이 보육의 영역으로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관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특별법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반면 돌봄전담사 측은 돌봄교실 운영이 지자체로 이관될 경우, 민간위탁이 예상되므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 반대하고 있다.
교원단체가 법안을 지지하는 데는 ‘돌봄교실 행정’이 자리한다. 교사가 돌봄교실이나 방과후교실 업무를 전담해 급여 계산과 방과후교실 교사 채용, 관리,프로그램 등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방과후·돌봄 업무는 교사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라고 한다.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 업무 이관에 따른 처우나 신분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법안 반대의 이유로 보인다. 무기계약직의 고용 형태임에도 돌봄교실이 지자체로 이관될 경우, 신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돌봄전담사들은 파업 이슈에 현재 단시간 근로형태(4~6시간)를 8시간 전일제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를 밀어넣었다. 교사들이 ‘돌봄교실 행정’을 기피하니 자신들이 전일제 근무를 하며 행정과 돌봄교실 운영까지 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측의 주장 모두 현실적인 한계가 많다.
우선 돌봄교실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서울 중구가 지자체형 돌봄서비스를 구축했고, 부산 기장군도 학교 인프라를 활용해 직접 운영을 맡는 돌봄센터를 내년 3월 개소할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재정 여건이 넉넉한 것은 아니다.
또 공교육 기관인 학교 내 돌봄교실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도는 높다. 교육부의 초등돌봄 수요조사를 보면, 돌봄교실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부모 53만3417명(복수응답) 가운데 대다수인 73.34%(39만1천220명)가 초등돌봄교실을 선호하는 서비스 형태로 꼽았다. 이어 지역아동센터는 13.78%(7만3488명), 다함께돌봄센터는 7.58%(4만418명) 순으로 조사됐다.
돌봄전담사에게 행정업무까지 맡기는 방안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 학교 내 또 다른 ‘돌봄업무 총괄 관리자’가 필요해 옥상옥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돌봄행정만을 전담할 행정직원을 채용하는 것 역시 배보다 배꼽이 더 커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학부모는 씁쓸하다. 돌봄 대란의 갈등 속에 ‘아이들’이 쏙 빠져 있기 때문이다. 돌봄서비스의 개선이나 인프라 구축, 아이들의 안전 등에 관한 의견 대립이 아닌 교사와 돌봄전담사의 이해 관계가 갈등의 주 원인으로 비친 탓이다.
결국 현행처럼 교사가 돌봄교실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담교사에게는 인센티브나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자체도 뒷짐지고 있을 게 아니라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 등 적극적인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라카 속담을 되새겨볼 때다.
사회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