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산 참돔과 방어가 길거리에 무참히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남해안 어류 양식 어민들이 일본산 활어의 무분별한 수입에 반대하며 항의차 벌인 상경 집회에서의 퍼포먼스였다.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 학대라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어민들은 일본산 수입 활어가 덤핑으로 들어와 국내 활어 가격을 원가 이하로 떨어트려 도산 일보 직전에 내몰렸다고 항변한다. 한마디로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일본산 활어 수입은 2018년 1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수입 활어 전량에 대해 정밀검사를 시행하던 것을 이때부터 4%만 검사하도록 한 완화 조치가 주원인이라고 어민들은 입을 모은다. 또 기존 검역 과정에서 4, 5일 소요되던 수입 절차도 하루로 단축되면서 수입량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계의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채 정부가 수입 검역 완화 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 업계를 더욱 분통 터지게 한다. 겨울이 제철인 방어는 일본산 수입량이 2017년 748t에 그쳤지만 2018년 1484t으로 배가량 늘어났고, 2019년 2246t이 수입되면서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다. 어민들은 올해는 방어 수입량이 3000t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특히 올해 들어 일본 측에서 도쿄올림픽 연기와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덤핑 물량을 쏟아내면서 국내 업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일본산 참돔은 그동안 ㎏당 800엔에 수입돼 운반비와 관세 등을 포함하면 출하가격은 1만3000원 선이었으나 올해는 ㎏당 1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덤핑하고 있다. 국내 어류 양식 생산원가인 kg당 1만 원 이하로 수입되면서 국내 업계는 판로를 아예 잃어버렸다. 남해안 가두리양식장 그물 안에는 출하 시기를 놓친 어류가 쌓여 있으며, 그만큼 어민의 한숨 소리는 더 깊어진다. 어류는 팔리지 않는데 사료비와 인건비 등은 계속 지출하면서 모두 줄도산 직전이다.
업계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수입산 검역 강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체 품종 개발, 유통 판로 확보를 위한 2차 가공식품 개발 등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호소한다. “정부는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국민이 안전하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어류 생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업계의 성토가 가슴 아프다.
사회2부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