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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와인의 대중화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책임교수
  •  |   입력 : 2020-12-09 19:52:2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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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층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 페론은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수용하는 등 무분별한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민중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독재정치를 펼쳐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악화시켰다.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에서 개최되는 와인전시회 ‘VINISUD’에 소개된 다양한 와인잡지들
포퓰리즘은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다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 다수의 지배를 강조하고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세우거나 포퓰리즘을 활용해 비민주적 행태와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하는 등 본래의 목적을 외면하고 특정 집단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 등에서 저렴한 가격의 와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규격화된 생산물이 공통적으로 소비됨으로써 동질적인 소비자 군이 형성되고, 계층·직업·지역의 차이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유사점과 공통성이 많아지는 대중화가 이뤄져 이제 싼 가격에 쉽게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와인이 대중 사이에 널리 퍼져 친숙해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와인의 대중화도 좋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너무 싼 가격의 와인을 무작위로 수입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와인의 대중화 현상으로 쉽게 접하고 마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현대의 소비자들은 높아진 지적수준과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기대한다. 소규모지만 소비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는 개성 있는 와인들이 필요하다.

이제 와인은 특별한 소비재가 아니라 대중이 즐기는 일상의 음식이며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이다. 와인을 일반주류로 간주하는 우리나라는 현지 수출가격에 운반비 등 각종 비용을 더한 금액에 약 68%의 세금을 부과한다. 경제규모 10위안에 드는 교역국가 중 우리나라의 와인 가격이 가장 비싼 이유이다. 미성년자에게 판매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판매도 금지되어 있다. 시대착오적인 규제와 조세제도는 급변하는 다양성의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 대중화란 미명하에 포퓰리즘에 빠지는 우는 범하지 말자. 시대적 상황에 따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미리 감지하고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늦게 인식할수록 혼란을 겪게 마련이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견뎌낼 용기는 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은 두렵다.

고민만 하다 죽은 햄릿보다 정의를 위해서 목숨 건 돈키호테의 용기가 필요한 시절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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