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절정에 이르렀던 2016년,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던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 대해 법원의 성년후견개시결정이 내려졌다. 그리고 최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가 조양래 회장을 피후견인으로 하여 신청한 성년후견 사건이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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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서상균 기자 |
이런 기사들을 접하다 보니 ‘성년후견제도’를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이 제도는 나의 부모, 나의 이웃, 나아가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제도다.
민법 제4조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성년이 된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판단하에 법률행위를 하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사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처리할 수 있다고 상정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계약 체결이나 주식 처분 등 재산관리에 대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본인 스스로 거주지와 치료받을 병원 등 본인의 신상에 관한 부분도 결정하고 행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령에 의한 치매 등 질병이나 선천적인 발달장애 등의 사유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은 성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자립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 이처럼 스스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종래에는 대부분 부모나 자녀, 혹은 가까운 친척들이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가족해체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위해 최선의 보살핌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인 상황들을 반영하여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성인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유가 발생했을 때 제3자가 ‘후견인’으로 선임돼 그를 대신해서 재산관리나 신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성년후견제도는 후견이 필요한 당사자, 즉 피후견인의 특성에 따라 성년후견과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통상 법원에 성년후견청구를 한다고 하는 것은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이 세 가지의 법정후견을 말한다. 임의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해질 때를 대비해서 미리 신뢰할 만한 사람과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를 맡기는 내용의 계약을 공정증서로 체결하고 이를 등기하는 것인데, 이 임의후견 제도를 활용하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자신의 상황에서는 위 여러 가지 성년후견제도들 중에 어떤 후견을 선택해서 법원에 청구해야 할지 망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견을 청구하는 자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유형으로 우선 청구를 하면 법원에서 사안의 성격에 맞게 적합한 유형의 후견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성년후견이 필요한지의 여부, 어떠한 유형의 성년후견이 개시돼야 할지 판단할 때 본인의 상태를 확인을 위해 당사자를 심문해 진술을 듣고, 당사자의 정신상태에 관하여 의사의 감정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법원은 본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후견결정을 하므로 부당하게 성년후견이 개시돼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성년후견이 개시되면 일반적으로 법원이 정한 법률행위의 범위 내에서는 후견인만이 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법원의 감독 하에 피후견인의 재산은 후견이 종료될 때까지 오로지 피후견인의 생활과 복리를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관리된다. 후견인 외의 제3자 또는 피후견인 본인이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무효이기 때문에 피후견인의 사기 피해나 가족이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 상속예정자 또는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피후견인의 재산처분을 막기 위해서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기도 한다.
의료기술 발달로 인해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나도 노인으로 사는 기간이 몇십 년은 될 것이고 언젠가는 치매환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잘 파악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법 테두리 안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100세 시대, 이제 성년후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