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그림자가 턱밑까지 드리우면서,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을씨년스런 연말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년 4월 7일 보궐선거에 맞춰진 알람 시계는 한 치 오차 없이 돌아가고 있다. 선거를 120일 남겨놓은 지난 8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도 시작됐다.
선거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어떤 인물이 후보로 나섰느냐는 것과 함께 당선 가능성이 누가 높은지를 가늠해보는 이른바 판세일 것이다. 선거 판도를 짚어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여론조사다. 선거 여론조사는 단순히 민심의 주소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판세에 영향을 미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은 후보에 지지세가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가 있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인 ‘언더도그’도 있다. 엉터리 예측도 많다. 2016년 20대 총선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당시 새누리당이 150~170석을 얻어 더불어민주당에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원내 1당,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2당이 됐다. 다행히 올 4월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여론조사의 예측이 결과와 대체로 일치해 체면을 세웠다. 2017년 2월 개정 선거법으로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른바 가상번호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전보다 무선전화 활용을 대폭 늘린 것이 예측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사들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실시, 개표 전 예측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잠을 설쳐가며 개표를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밤사이 결과가 뒤집혀 망신을 산 전례도 많다.
박빙 승부까지는 몰라도 여론조사를 통해 적어도 민심의 흐름은 읽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선거 때마다 언론사들이 적잖은 비용을 들여가며 여론조사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비후보 등록에 맞춰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를 알아보는 여론조사 하나가 공개됐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 7일에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했다.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1위는 23.6%의 박형준 동아대 교수였다. 이언주 전 의원(15.6%), 서병수 의원(14.0%)과는 꽤 차이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16.3%, 김해영 전 의원 13.5%였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6.6%, 박인영 부산시의원이 5.4%였다. 여야 후보군 전체 적합도 조사에서는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이 18.6%, 이언주 전 의원 13.6%, 김영춘 사무총장 12.3%, 서병수 의원 11.9% 순이었다. 범야권 주자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반응은 예상대로다. 박 교수 측은 ‘3강 체제’가 ‘1강2중’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하며, “기존 부산 정치권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이 합리적 이미지의 우리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전 의원과 서 의원 측은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국민의힘 이진복(6.1%) 전 의원 측은 최근의 상승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불만을 표했다. 적합도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 국민의힘 한 후보는 “지금의 적합도 조사는 인기투표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여권은 자신들의 후보가 전체 적합도에서 3위로 밀리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게다가 지난 13일에는 김해영 전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다음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라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 쪽 후보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는 특정 시점의 민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냅사진’과 같다”며 “서병수 의원 출마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대기하고 있는 데다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도 많아 민심의 변화 양상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드코로나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어떤 후보가 본선 티켓을 쥐게 될지, 또 민주당이 재집권할지 아니면 국민의힘이 지역 정권을 되찾을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부국장 겸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