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법률] 목숨 값 높여야 재해가 없다 /김두현

  • 김두현 변호사
  •  |   입력 : 2020-12-23 19:45:33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역대급 무더위로 불린 2016년 여름이었다.결국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에어컨을 샀다. 설치하러 오신 기사 두 분 중 한 분이 아파트 베란다 난간을 훌쩍 넘어 반의반평 남짓한 실외기 설치공간에 올라섰다. 아파트 19층이다.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20대로 보이는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공간에 쪼그려 앉아 작업을 계속했다. 철제난간이 있다지만 고작 높이 50㎝ 정도에 군데군데 녹도 슬어 있다. 뒤로 살짝 넘어지기만 해도 체중을 온전히 버텨낼지 의문이다.
   
그림=서상균 기자
“안전띠라도 연결하고 작업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는 내내 불안해서 한 마디 했다. 그러자 베란다 안쪽에서 작업하던 다른 설치기사가 젊은 기사에게 무심하게 툭 내뱉는다.

“무섭나?”

젊은 기사는 대답 대신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람 좋은 표정으로 잠깐의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다른 조치는 없다. 저러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걸까. 혹시라도 불구가 되거나 하면 치료비, 생활비는 누가 책임질까. 이럴 때를 위해 산재보험이 있지만 보나마나 그들은 전자회사 직원이 아니다. 에어컨에 붙여두고 간 명함을 보니 역시나 개인사업자로 ‘용역’을 받아 일하고 있다. 당연히 산재보험도 없을 것이다.

재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이면 안전한 난간을 설치하고, 안전띠를 튼튼한 것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운전업무 중 사고는 과도한 실적 압박을 줄이고 근무 인원을 늘리면 예방할 수 있다. 각종 중독성 질병은 좀 비싸더라도 유해성이 낮은 약품을 사용하고 환풍시설을 넉넉히 구비하면 막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조치는 모두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목숨과 비교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사업주가 돈보다 생명이 먼저란 생각으로 안전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지만 순진한 생각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사람 목숨도 값으로 계산된다. 사고로 노동자가 죽었을 때 사업주가 부담할 비용보다 안전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높으면 안전 조치는 취해지지 않는다. ‘남들 다 안 지키는 법을 나 혼자 다 지키면 회사 망한다’는 한국사회의 격언도 근거로 이용된다. 과연 자기 아들이 그 위험한 일을 하고 있어도 이런 말이 나올지 의문이지만,사람 목숨 값이 다 다르다 느끼는 이들이니 어쩌겠는가. 재해를 막으려면 법으로 ‘목숨값’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목숨 값’을 높이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 논의가 한창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를 처벌하고 합당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진짜 책임자인 사업주를 처벌하기 힘들었고,처벌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렀으며,손해배상 책임도 제대로 묻기 어려웠다. 그래서 중대재해 발생 시 일정 요건 하에 사업주의 책임을 추정해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민주당 박주민 의원 안),손해배상 책임도 좀 더 쉽게 물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사업주가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지게하는 안(정의당 강은미 의원 안)도 나왔다. 재해 예방의 철저한 노력이 없으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건 사업주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은 더 명징하다. 돈으로 확실히 ‘목숨 값’을 높게 책정해버리는 것이니 안전조치 비용과의 비교가 명확히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아직 입법되지 못했다. 벌써부터 경영계에선 “비현실적이고 과잉처벌”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몇몇 법률가들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위헌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법으로 중대재해가 효과적으로 예방되고 사업주가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지고 있었다면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간 어땠는가. 아직도 21세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참혹한 재해사망이 잇따르는데 그에 합당한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진 사례는찾아보기 어렵다. 고작 벌금형이나 매출 대비 얼마 되지도 않을 돈만 ‘목숨 값’으로 치르고 끝났다. 그나마도 산재보험으로 대부분 처리한 돈이다. 그런데도 국회는 이들의 볼멘소리를 듣고는 법을 누더기로 만들려는 분위기다. 이대로는 앞으로도 목숨 값이 낮은 노동자는 죽어만 갈 것이다.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끼울 것인가.

변호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9. 9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10. 10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1. 1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2. 2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3. 3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4. 4‘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5. 5[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6. 6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7. 7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8. 8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9. 9[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10. 10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5. 5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9. 9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0. 10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5. 5“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