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결정을 놓고 지난해 연말 울산지역 여야 정치권이 몇 차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부산 정치권은 애초부터 백지화를 요구했으니 여야가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김해를 밀었던 경남도 입장을 바꾸며 결정을 반겼다. 반면 부산이나 경남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간접 당사자 격인 울산에서 신공항 문제를 놓고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일어난 것은 아이러니다.
지난달 15일 울산 5개 구·군 단체장이 시 프레스센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지 결의문을 채택했다. 사실 정부의 김해신공항안 백지화 발표 이후 울산 정가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갑작스럽게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 전원이 결의문을 내놓으면서 지역 정가가 후끈 달아올랐다. 곧바로 하루 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울산지역 구청장·군수들이 민심을 수렴하지 않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지를 선언했다”며 “이는 시민 이익을 팽개치고 내년 민주당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만을 위해 백기를 든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억누르기라도 하듯 다음 날에는 부울경 광역단체장 세 명이 갑자기 울산에 모여 긴급 지지 기자회견을 얼었다. 회견 중 가덕신공항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답변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주도적으로 해 눈길을 끌었다. 세 단체장의 의기투합과 함께 가덕신공항에 대한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잘 보였다.
다시 나흘 뒤인 지난달 21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송철호 시장은 부산시장인가’라는 제하의 반박 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가덕신공항 건설 공식 지지는 시민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내린 정치적·독단적 결정이라며 부산시장 재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민주당의 정치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질세라 이튿날에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응수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책무는 있지만 도를 넘는 정쟁이나 정치적 잇속이나 챙기려는 모습을 시민은 원치 않는다고 맞받았다.
신공항을 둘러싼 울산 여야 정치권의 반박과 재반박은 새해에도 되풀이될지 모른다. 소모적 논쟁의 틀을 벗어나긴 어려울 듯하다. 논쟁의 핵심은 시민 여론 수렴 부족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결정에 울산이 들러리를 서는 게 아니냐는 정도로 요약된다. 여론 수렴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논쟁을 20년 가까이 해오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가덕도든 김해든 1시간 이내 거리이니 연계 교통수단만 충분히 마련돼 이용에 불편이 없으면 족하다는 게 울산 시민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문제는 사실 울산 시민에겐 별로 관심사가 아니다. 따라서 지역 정치권은 물고 물리는 정쟁에서 탈피해 가덕신공항을 통해 울산이 얼마나 실리를 챙길 수 있느냐로 관심과 노력의 중심추를 옮겨야 한다. 사실상 대세가 된 가덕신공항이 차질없이 얼마나 안전하게 건설되는지에 시선을 집중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싶다.
비행기는 이륙과 착륙 때 각각 5분이 안전의 80~90%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안전한 이·착륙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2002년 김해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때 이미 이를 경험했다. 그 때문에 공항 주변에 장애물이 없어 안전성과 확장성이 뛰어난 가덕신공항은 대체하기 어려운 대안으로 체감된다.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공항은 물구덩이보다 땅에 짓는 게 정상”이라며 가덕신공항 건설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정부 발표 직후에는 “김해공항 폐지를 전제로 한 가덕신공항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180도 입장을 바꿨다. 같은 날 대구·경북지역 정치인 대부분이 반발했는데 대구 수성을이 지역구인 그만 유일하게 다른 입장을 밝혔다. 그의 이런 변화는 가덕신공항에 대해 논쟁 중인 이들에게 하나의 본보기를 제시한 것이라 여겨진다.
방종근 울산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