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의 새해가 떠오른 지 13일 지났다. 불과 13일 동안 엄청난 뉴스가 쏟아졌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6일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다. 2007년 7월 2000을 넘은 뒤 13년 5개월여 만이다. 3000으로 견인한 세력은 기관 투자자도, 외국인도 아니었다. 일명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였다.
같은 날 부산시청 앞에 헬스클럽 관장과 스크린골프장 사장, 필라테스 강사들이 모였다. 그들은 “생계가 한계에 달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열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부산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전국에서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대구에선 헬스클럽 관장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
새해 벽두에 들려온 두 소식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 초유의 괴리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쪽에선 코스피 3000 돌파의 축포가 울려 퍼지고, 다른 한쪽에선 생명의 위협에 대한 분노와 눈물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이었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더욱더 생소한 모습과 만난다. 코스피 3000시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에 기대나 희망보다 걱정과 우려가 너무 많이 담겨 있다. 증시에 투입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이 ‘빚투(빚을 내서 투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언제든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여기저기서 계속 나온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증시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은 더는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이제는 규제 지역이 아닌 곳을 찾는 것이 빠를 지경이다. 규제 위주의 정책을 고수한 정부를 비웃듯 부동산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 뉴스가 끊임없이 포털 사이트에 쌓이는 가운데 의미심장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면서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부산 인구도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339만 1946명으로 340만 명대가 깨졌다.
그동안 정부는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퍼부었다. 인구 소멸 위기를 체감한 지자체까지 가세해 짜낼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동원했다. 그런데도 인구 그래프는 반등 없이 계속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반면 아파트 그래프는 여전히 치솟고 있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책에서 배웠던 것들과, 상식 또는 고정관념처럼 여기던 것들과 전혀 다른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낯설고 생소한 현실은 점점 일상이 되고 있다.
정점은 코로나19다. 인간은 과학기술 문명의 진보로 전염병까지 정복했다는 오만에 빠져 한동안 우쭐거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현대 문명을 모두 뒤흔들었다.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인간은 코로나19 앞에서 무기력했다. 손바닥만 한 마스크에 의존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보여줬다. 이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했던 역사의 분수령을 ‘코로나 이전(BC·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를 혼돈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2020년과 2021년은 바로 혼돈의 시대 한가운데다. 그렇다면 혼돈 이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없이 혼란스러운 현재에서 미래 예측이 가능할까. 카오스 이론처럼 미래를 결정하는 어떤 법칙이 복잡하고 불규칙한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을까.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혼돈의 시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미래를 내다볼 여유도, 기력도 없다. ‘영끌’한 동학 개미와 헬스클럽 관장 그리고 코로나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혼돈이 걷힐 때까지 견디고 버텨야 한다.
김희국 경제과학부장